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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앙숙' 이란에 "확전 막으면 투자하겠다"

비전2030 추진 사우디

이란에 '당근' 내밀며 확전 방지

무함마드 빈 살만(왼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 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아랍연맹(AL) 합동 특별정상회의에서 회의장에 같이 입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전통의 '앙숙' 이란에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중동 확전을 막는다면 이란에 투자를 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에 ‘당근’을 내보이며 역내 전쟁 가능성을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달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이 같은 의사를 여러 경로를 통해 직접적으로 이란에 전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은 “이번 달 사우디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아랍연맹(AL) 합동 특별정상회의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에게 더 깊은 경제협력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사우디가 이란에 경제협력 카드를 내보이면서도 미국과의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고 짚었다. 앞서 바버라 리프 미 국무부 차관은 “미국이 사우디, 다른 아랍 동맹국들과 협력해 이란이 분쟁을 무기화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와 시아파의 맹주 이란은 오랜 기간 중동의 패권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다 지난 3월 중국의 중재로 양국의 국교는 정상화됐다. 블룸버그는 지난 3월의 데탕트(긴장 완화)는 사우디의 경제 변혁 계획인 ‘비전2030’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빈 살만 왕세자의 열망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이 이번 사우디의 제안을 얼마나 무게감있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중동에서 최소한 심각한 확전 양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영국 엑서터대의 아랍 및 이슬람 연구소의 엘헴 카프로 연구원은 “사우디가 군사주의적인 접근 방식 대신 외교에 중점을 두는 식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우디의 이번 제안이 얼마나 약발을 발휘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기본적으로 사우디는 미국과 더 긴밀한 국방 관계를 구축하는 등의 목표를 추구하는 반면 이란은 중동에서 미군을 몰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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