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4시 55분 경북 경주시에서 4.0 규모 지진이 발생하면서 전국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이는 지진 규모가 4.0 이상이면 발생지와 상관없이 전국에 긴급재난문자를 보낸다는 기상청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새벽 시간, 지진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 주민들까지 긴급재난문자 알림을 받으면서 “전국 문자 발송은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굉음을 동반한 문자 수신음에 애꿎은 시민들이 잠에서 깼다”는 불만이다.
지진으로 인한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에 따르면 기상청은 국내 지진 규모가 내륙 기준 4.0 이상일 때, 해역 기준 준 4.5 이상일 때 전국에 재난문자를 보낸다. 국내 지진 규모가 내륙 기준 3.0~3.5 미만일 경우에는 발생 위치를 중심으로 반경 50km 광역시·도에만, 3.5~4.0 미만일 때는 반경 80km 광역시·도에만 재난문자를 전송한다.
이날 새벽 전국에 발송된 긴급재난문자 역시 매뉴얼대로 진행됐지만, 일부 시민들은 “너무 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등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먼 곳은 흔들림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적은 반면, 긴급재난문자로 인한 알림 소리는 너무 커 괜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는 설명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 모(25) 씨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시간에 굉음을 동반한 알람이 울려서 새벽 잠이 다 달아났다”면서 “결국 출근할 때까지 다시 잠들지 못해 매우 피곤한 상태”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 모(29) 씨 역시 “새벽에 울린 긴급재난문자 알림으로 인해 화들짝 놀라 깼다”면서 “이전에 북한 발사체로 인해 긴급재난문자가 왔을 때가 생각나 무서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전국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진과 관계없는 지역 거주자에게까지 큰 경보음을 동반한 긴급재난문자를 보낼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각 시·도의 추정 진도를 바탕으로 특정 지역에만 긴급 지진 속보를 보낸다. 일본 기상청은 진도 4 이상 또는 장주기 지진동 계급 3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진이 예상되는 지역에 긴급 지진 속보를 발표한다.
반면, 현행 매뉴얼대로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에서 출퇴근을 한다는 직장인 이 모(30) 씨는 “지진으로 인해 당장 피해가 없는 지역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경주에서 지진이 난 게 ‘남 일’이라고 볼 수 있냐”면서 “피해 지역에 부모님이나 가족, 친구들이 살고 있는 경우 등을 고려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전국에 문자를 보내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생각을 밝혔다.
또 다른 직장인 박 모(26) 씨 역시 “보통 지진은 한 번만 발생하는 게 아니고, 여진 등이 일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지진도 더 큰 지진의 전조 증상일 수 있었다”면서 “규모 4.0 정도면 꽤 큰 지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후에도 큰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해 지금처럼 전국에 긴급재난문자를 전송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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