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김영섭 대표 취임 후 첫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전체 임원 수를 20% 줄이는 대신 인공지능(AI)과 관련된 기술조직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통신을 넘어 다양한 디지털 신사업을 벌이는 정보통신기업(ICT)으로의 체질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KT는 30일 내년도 조직개편과 임원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임원 구조조정을 포함해 올해 8월 취임한 김 대표의 고강도 쇄신 구상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KT는 ICT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앞서 김 대표가 취임사에서 강조한 ‘고객’, ‘역량’, ‘실질’, ‘화합’ 등 네 가지 가치 실현에 이번 인사의 초점을 맞췄다.
KT는 우선 상무보 이상의 임원 수를 20% 축소했다. 상무보는 312명에서 264명으로, 상무 이상은 98명에서 80명으로 대폭 줄였다. 임원을 내려놓은 이들은 퇴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KT 그룹사의 핵심보직이 임원들의 퇴임 수순으로 활용됐던 관행도 폐지해 실질적인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배치한다.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인사책임자(CHO) 등이 이끄는 C레벨 조직은 기존 각 사업 부문 산하에서 벗어나 대표 직속으로 편제됨으로써 경영지원 기능을 강화했다. CSO에 커스터 전략부서 출신의 박효일 전무, CFO에 BC카드와 케이뱅크 출신의 장민 전무, CHO에 고충림 전무를 중용했다.
KT는 대신 신기술 개발 및 사업 추진을 위한 총괄 기능은 강화했다. 기존 IT사업을 영위하는 IT부문과 신기술 연구개발(R&D)을 전담하는 KT융합기술원을 통합해 ‘기술혁신부문’으로 재편했다. 이를 통해 AI 등 신기술의 연구 단계부터 서비스 구현까지 개발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특히 AI 수요가 큰 기업간거래(B2B)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C레벨(대표급)인 기술혁신부문장(CTO·최고기술책임자)도 신설해 오승필 부사장을 이 자리에 앉혔다. 오 부사장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MS), 현대카드 등을 거친 IT 전문가로 KT의 IT와 AI 거버넌스(지배구조) 체계 수립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KT는 기술혁신부문 산하에 B2B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KT컨설팅그룹’도 신설했다. 그룹장은 삼성SDS, 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을 거친 클라우드 컨설팅 전문가 정우진 전무가 맡는다. KT는 또 기존 AI 연구조직인 ‘AI2X랩’과 더불어 ‘AI테크랩’을 신설해 연구역량을 키운다.
KT는 법무, 윤리(감사), 경영지원 부서장으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함으로써 수사 등 리스크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영지원부문장에는 대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임현규 부사장, 법무실장에는 검사 출신의 이용복 부사장이 선임됐다. 윤리부서장은 추가 영입할 계획이다.
커스터머부문장은 직무대리였던 이현석 전무가, 엔터프라이즈부문장은 네트워크 전문가 안창용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해 맡게 됐다. 커스터머부문과 엔터프라이즈부문은 각각 회사 주력 유무선 사업의 B2C와 B2B를 총괄하는 만큼 오랜 기간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내부 전문가가 수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역할이 중복되는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은 해체됐다.
김 대표는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는 KT가 디지털 혁신 파트너로 도약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고객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KT 그룹 임직원과 함께 총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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