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화백의 황소 시리즈 중 미공개 작품을 기반으로 발행했다고 주장하는 NFT가 오픈씨에 올라왔다. 실물 작품을 NFT로 발행했지만 NFT 낙찰자에게 실물 작품이 넘어간다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NFT 발행 주체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지 않다. 이번 사례를 통해 실물 예술품 기반 NFT를 거래할 때 주의할 점을 짚어봤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씨에는 지난 27일 ‘이중섭의 울부짖는 황소(Lee Jung-seob’s Bull)’ NFT가 올라왔다. 경매 입찰가는 300WETH로, 이날 시세 기준 61만 7874달러(약 7억 9736만 원)에 달한다. 경매는 내달 12일 오전 9시 마감될 예정이다. 29일까지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다. 경매자 측에 따르면 이 NFT의 기반이 된 실물 작품은 “이중섭의 황소 그림 중 이제껏 세상에 한 번도 알려지지 않은 황소 전신 그림”으로 현 소장자는 개인이다. 원본 소장자는 “이중섭 미술상 창설위원으로 참여했던 정점식 교수가 2000년 11월 9일 친필 감정했다”며 친필 원고 사진 파일을 첨부했다. 황소 NFT를 사면 감정서, 친필원고가 함께 지갑으로 전송된다고도 덧붙였다.
관련기사
그러나 설명 문구에는 실물 작품이 배송된다는 내용이 없다. 8억 원을 주고 NFT를 구입한다 해도 실물 작품이 직접 배송되지 않는다면 이중 거래의 위험이 있다. 현 소장자가 실물 작품을 제3자에게 팔아넘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NFT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오라클 이슈도 주의해야 한다. 블록체인에 한번 입력된 데이터는 위·변조가 불가능해 신뢰할 수 있지만, 입력된 데이터가 틀린 정보일 경우를 오라클 이슈라고 부른다. A라는 작품을 기반으로 발행한 NFT는 전세계에 단 하나뿐이지만, 애초에 A작품이 위작이었다면 유일무이한 NFT라 하더라도 가치가 없다는 의미다. 예술품 NFT를 매입하기 전 작품 진위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NFT 발행 주체의 신뢰도도 중요하다. 작가가 직접 작품을 NFT로 발행했다면 해당 NFT는 가치가 있다. 그러나 작품을 산 홀더가 작가 허락 없이 똑같은 작품을 기반으로 NFT를 발행했다면 이 NFT는 가치가 0에 수렴할 수 있다. 신영선 헬로 웹3 대표는 “홀더가 마음대로 NFT를 발행했다면 이는 2차 창작에 가까운 상업적 이용이라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명 갤러리 등이 작가와 협의 하에 NFT를 대신 발행했다면 신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황소 NFT는 발행 주체에 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신 대표는 “홀더가 임의로 발행한 NFT는 의미가 없다”면서 “발행 주체가 누구인지, 작가가 에디션으로 NFT를 발행한 것인지, 작품이 진품인지 등을 투자하기 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