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산업정책으로 우리 주력 제조기업들이 현지로 진출하면서 수출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반도체·전기차 등 핵심산업의 생산기지가 미국으로 이전하면서 국내 고용기반이 위축될 위험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31일 한국은행 조사국은 ‘미국 산업정책의 현황과 우리 경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은 반도체 및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산업정책은 공급망 복원력 강화, 첨단부문 주도권 확보,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한다.
미국은 이러한 산업정책으로 지난해부터 주요 사업이 착공되면서 자국 내 투자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먼저 그동안 성장 기여도가 미미했던 공장 건설 등 제조업 구축물투자가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나면서 올해 1~3분기 중 성장 기여도가 0.4%포인트로 확대됐다. 투자 붐은 내년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가다가 이후 점차 조정되겠으나 공장 건설이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 생산·고용 확대가 가시화하면서 제조업 경기를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산업 연관도를 고려해 진행 중인 투자사업의 경제적 효과를 시산한 결과 고용이 약 32만 명 증가하고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0.2% 정도 지속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첨단공장의 노동생산성 제고 효과, 기술발전에 따른 파급효과 등 추가적인 이득도 노릴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보조금 위주의 산업정책은 기업간 경쟁을 저해해 시장 효율성을 떨어드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양면적이다. 올해 상반기 중 글로벌 제조업 경기 부진에도 대미 수출이 양호한 것은 미국 내 견조한 소비와 함께 산업정책 관련 자본재 수요가 중요하게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 내 공장 건설과 설비 확충 등으로 올해 1~10월 건설기계 수출이 27% 늘었고 전기차(4%), 배터리 등(14%)도 호조를 보였다.
다만 내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은 위험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보호주의 통상정책은 지속되더라도 인플레이션 감축법 관련 친환경 정책을 되돌려지면서 국내 기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산업의 생산기지가 미국으로 이전해 우리 경제의 고용기반이 위축될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한은 관계자는 “주요국 산업정책에 따른 기회요인과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정교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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