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이 10개월 만에 중국 주식을 다시 순매수했지만 수익률은 한국 증시에 투자한 사람만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달 10개 중 9개가량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중국(본토·홍콩) 주식을 총 1939만 달러(한화 253억 4273만 원)어치 순매수했다. 직전 달인 10월만 해도 2235만 달러를 내다팔았던 것과 정반대 행보였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월간 기준으로 중국 주식을 순매수한 것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가 한창 확산하던 올 1월(6444만 달러) 이후 처음이다. 개인들은 같은 기간 국내에 상장된 중국 투자 ETF 38종도 305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문제는 수익률이 어느 때보다 부진했다는 점이다. 중국 증시를 대표하는 3개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항셍지수·선전종합지수는 10월 31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각각 0.36%, 0.27%, -2.0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9.73%), 코스닥(9.85%) 상승률에 크게 미달하는 성과다. 지난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중국 주식인 우시앱텍과 비야디는 8.68%, 16.50%씩 하락하기도 했다.
ETF 수익률은 더욱 처참했다. 대부분이 환 노출 상품인 만큼 지난달 원·위안 환율이 급락 효과로 환차손까지 발생한 탓이다. 실제 홍콩H지수가 지난달 1.97% 하락할 때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차이나HSCEI’는 6.66% 내렸다.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37개 정방향 ETF 가운데 수익을 낸 ETF는 총 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33개는 모두 손실을 봤다.
중국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부진한 성과를 거둔 것은 ‘중국 증시 4분기 바닥론’이 잘못된 전망으로 끝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중앙정부의 1조 원 규모 특별 국채 발행 승인, 6년 만의 시진핑 국가주석 방미 등 잇따른 호재에도 현지 경기 자체가 호전되지 못하면서 주가도 횡보했다. 중국이 전날 발표한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10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한 49.4로 집계됐고 이는 시장 예상치(49.8)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투자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다며 실적 개선 가능성이 충분한 종목만 엄선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 대다수는 중국 증시가 내년에도 강한 상승 동력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국이 제한적인 부양 정책만을 내세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중 갈등이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중국 주식시장은 지수 흐름보다는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고 성장 모멘텀이 있는 업종·종목 중심으로 투자를 해야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화웨이 관련주, 소프트웨어·로봇·반도체 등 첨단 기술 관련주가 내년에는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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