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종료 기대감에 채권 시장이 강세장으로 전환하면서 신용등급 ‘A+’급 이하 비우량채도 공모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오토리스는 이날 5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해 총 184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1년 6개월 만기는 300억 원 모집에 590억 원, 2년 물은 200억 원 모집에 1250억 원어치 주문이 들어왔다.
롯데오토리스는 희망 금리 범위로 모기업 롯데렌탈(089860)의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8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했는데 1년 6개월 물은 47bp, 2년물은 30bp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가산 금리 상단을 높인 게 물량 확보에 도움을 줬다. 롯데오토리스는 오는 13일 최대 1000억 원까지 증액·발행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롯데오토리스의 수요예측 ‘완판’으로 크레딧 시장의 온기가 비우량채에도 퍼지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고금리에도 ‘AA-급’ 이상 우량채들이 증액 발행까지 어려움 없이 해낸 반면 비우량채들은 발행 물량을 채우기도 벅찼다. ‘A+’급 중 가장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한 SK온은 10월 24일 800억 원어치 2년물 모집에 150억 원의 미매각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기준 금리를 7연속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시장이 앞서나가고 있는 것 같다”며 매파적 발언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크레딧 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미국 경기 둔화 조짐, 가계부채 부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을 고려할 때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롯데손해보험(000400)도 지난달 24일 400억 원 규모 후순위채(A-) 수요예측서 790억 원의 주문을 받아 전날 최종 700억 원으로 증액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12월 매수에 대한 학습 효과와 금리 인상 마무리 기대감으로 기관 자금 집행도 빨라져 크레딧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가 집중되면서 연초 발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도 “국고채 금리가 당분간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높은 점은 크레딧 투자심리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크레딧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올해 공격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는 CJ CGV(079160)의 수요예측 흥행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신용등급 ‘A-’급의 CJ CGV는 6일 2000억 원 규모 2년 만기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주관사단도 삼성증권(016360)과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039490),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005940) 등 6개 증권사로 대규모다. CJ CGV는 희망 금리 범위로 7~7.2%의 절대 금리를 제시했는데, 전일 CJ CGV의 2년물 민평금리(6.381%) 보다 최대 80bp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CJ CGV의 실적 추이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남아 있는 건 사실” 이라면서도 “제시한 이자율이 높고 회사채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물량 확보를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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