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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격 더 쓴 하림…HMM 인수 ‘조건부 우협' 검토

산은, 이르면 이번주 새주인 결정

팬오션 영구채 등 자금조달 검증

정성평가 높은 동원, 뒤집기 노려

"신속 매각""해운업 발전" 엇갈려

최종 유찰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011200)의 새 주인이 될 우선협상 대상자를 조건부로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격에서 우위를 보인 하림그룹의 팬오션을 HMM 인수 조건부 우협 대상자로 선정하는 데 힘이 실리는 가운데 정성평가 점수가 높은 동원그룹이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다만 신속한 매각을 원하는 산은과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운업 경쟁력을 중시하는 해진공 사이에 견해 차이가 적지 않아 매각 작업이 무산되는 유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일 정부와 산은·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 측은 주주 간 계약서(SHA)에 담을 내용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HMM 인수 관련 결정이 이번 주 중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위원회와 산은은 주 내 지난달 23일 실시한 HMM 매각 본입찰 결과를 가릴 방침이지만 해양수산부 및 해진공 등과 이견이 남아 있고 해수부·금융위 등의 수장 인사까지 맞물려 발표가 더 늦어질 가능성은 있다. 매각 측은 금융위·산은·해수부·해진공 등이 참여하는 4자 회의를 열어 매각안을 최종 조율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늦어도 지난달 말 HMM 인수 우선협상자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금융 논리를 앞세우는 산은과 산업계 영향을 중요하게 여기는 해진공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발표가 지체됐다.

하지만 양측 모두 우협 대상자 선정 작업이 너무 늦어지면 부담이 더 커진다는 데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은 배당 제한과 산은 지명 이사진 유지, 현실성 있는 자금 조달, 인수 뒤 계약 유지 강제 방안 등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지적을 해소할 항목을 어디까지 넣느냐를 두고 협의하고 있다.



다른 매각보다 상대적으로 엄격한 조건들이 붙을 수 있어 사실상 ‘조건부’ 우협이라는 말이 나온다. 앞서 산은은 HMM 인수 기업의 배당 가능액을 1년에 5000억 원씩, 3년간 총 1조 5000억 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현재 산은은 하림그룹(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에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IB 업계에서는 하림이 가격에서 동원그룹(동원로엑스)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성평가의 핵심 항목인 자기자본에서는 동원이 앞선다.

실제 매각 측은 하림의 △팬오션 영구채 5000억 원(호반그룹 인수 예정) 자기자본 또는 부채 분류 △팬오션의 선박 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 계획 인정 여부 등을 따져보고 있다. 하림은 본입찰에서 신한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등으로부터 각각 6800억 원씩 총 3조 원이 넘는 규모의 인수금융 투자확약서(LOC)를 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번 우협 대상자로 선정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 향후 인수 측의 경영을 간섭할 실질적 방법이 없다”며 “우협 대상자 선정 때부터 강한 조건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전했다.

해운 업계에서는 꼭 배당이 아니더라도 HMM 인수 전 차입을 대규모로 일으킨 다음 향후 회사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은과 해진공이 어떤 식으로든 합의하려고 하겠지만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측면이 있어 거래가 깨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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