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과 신용평가사가 내년 한국 경제의 수출 중심 회복세를 예상하면서 코스피지수가 최대 2800선에 도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대로 예상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아시아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6일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서 ‘2024년 한국 거시경제 전망’ 간담회를 열고 “내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 수출 증가율이 4~5%로 예상된다”며 “한국은 반도체 관련 수출 확대 등으로 9~10%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2%대 성장, 2% 초반 물가 안정, 금융 안정 등 소위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2800선으로 예상하며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의 수출 회복 요인으로는 전 세계 수요의 정상화와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특수를 꼽았다. 그는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에서 수출시장 확대의 기회가 있는데 내년에는 공급망의 다변화도 일어날 것”이라고 짚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중반 물가 상승률이 2% 하단까지 안정돼 기준 금리 인하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외환시장 압력이 감소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1250원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금리 격차가 완화돼 한국은행이 두 차례 금리를 내릴 수 있다”면서 “미 연준이 이른 시점에 금리를 인하하면 한은도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공매도 금지 이후 외국인 자본 흐름과 관련해서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무차입 공매도 이슈 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내년 3월에는 쉽지 않지만 9월까지는 시간이 있어 여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대형 신용평가사인 S&P글로벌 역시 한국의 내년 GDP 성장률을 2.2%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6%로 예상하는 등 골드만삭스와 비슷한 전망을 제시했다. 다만 최근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반영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은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루이 카위스 S&P글로벌 아태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나이스신용평가와 함께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주최한 간담회에서 “연준이 금리를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하는 내년 하반기에나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환경이 당분간 지속되면 내년부터 국내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김대현 S&P글로벌 상무는 “내년에도 금리가 가파르게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증권·캐피털·저축은행 업권에서 보유한 PF 위주로 부실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혁준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상무도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있어 내년에는 브리지론의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부실을 이연할 수 없다”며 “내년부터 부실 사업장이 순차적으로 정리되면 이중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나신평은 올해만 국내 저축은행 3개사, 캐피털 2개사, 증권 1개사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 상무는 “이 업종들은 불리한 사업 환경이 지속되며 실적도 악화되고 있어 내년에도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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