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의 약 50%를 자연 생태계가 흡수하고 있지만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는 생태계의 변화는 모두 부정적인 신호뿐이라 참 걱정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2월상을 받은 정수종(46·사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테크 산업 육성과 시민들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부산대 대기과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대기과학 석·박사를 받은 그는 미국 프린스턴대 박사후연구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 중국 남방과학기술대(SUSTech) 부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20개 기관이 참여하는 탄소 중립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총괄 책임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기후테크센터장인 그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테크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저도 기후과학자로서 NASA 제트추진연구소와 함께 인공위성 측정 온실가스, 인공지능(AI) 기술, 탄소 순환 모델을 결합해 각국의 배출량 보고 값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기의 탄소량을 파악하기 위해 공기를 포집해 성분을 분석하거나 차에 장비를 싣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지역을 돌아다녔다. 숲속에 측정 장비를 설치해 탄소 이동을 관찰하기도 했다. 나아가 인공위성 정보를 활용해 세계 대기 중 이산화탄소·메탄 등의 온실가스를 측정했다. 컴퓨터 모델도 활용했다. 그는 “메타버스처럼 컴퓨터 속에 가상의 지구를 만들어 탄소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계 150개 이산화탄소 관측소 중 40년 이상 기록을 보유한 45개 관측소의 데이터를 분석해 해양의 역할을 역추적할 수 있다고 봤다. 정 교수는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지구의 탄소 순환을 진단할 수 있는 탄소 순환 모델을 개발했다”며 “결국 남반구의 해양 탄소 순환이 북반구에서 여름에는 탄소 농도가 낮았다가 가을에 다시 높아지는 현상을 초래한 것을 알아냈다”고 했다. 이 모델을 활용하면 어디에서 탄소 배출이 많이 일어나고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지 알 수 있다.
정 교수는 “2018년 서울대에 부임했을 때만 해도 ‘왜 미세먼지 연구를 안 하냐’ ‘미국이나 유럽에서 하는 것이니 연구 주제를 바꾸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제는 탄소 중립 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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