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와 600억 원대 성과급 지급 소송을 벌이고 있는 임지훈 전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현 경영진이 받은 성과급을 폭로하면서 카카오벤처스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카카오 경영진들에 대한 내부 비리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향후 카카오벤처스 전문경영인들에 대한 대규모 성과급 지급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임지훈 전 대표는 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신아 대표와 김기준 부사장이 260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해당 펀드 성공에 가장 크게 기여했던 나를 콕 집어서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심히 부당하다"고 밝혔다. 자신보다 기여도가 낮은 정 대표와 김 부사장에게만 성과급을 지급한 것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카카오벤처스 대표와 카카오 이사회 기타비상무이사, CA협의체 구성원을 겸직하고 있다.
임 전 대표는 성과급 소송과 관련해 최근 법원으로부터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번 소송은 2013년 조성된 약정액 115억 원의 케이큐브제1호투자조합펀드(1호 펀드)의 청산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을 카카오가 임 전 대표에게만 지급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이 펀드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투자해 큰 성과가 났다. 2021년 펀드를 청산하면서 1조 원에 가까운 수익이 났고, 배분에 대한 계약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카오 측에서 임 전 대표에게 성과급 지급을 거부한 것이다.
임 전 대표는 "정 대표는 2021년 하반기 수 차례 구체적인 성과급 금액과 시기 등 계획을 이메일로 공유해줬지만, 2022년 1월 돌연 지급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지급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고 말했다.
임 전 대표는 2015년 카카오 대표로 자리를 옮기면서 카카오벤처스에서 퇴사했지만 당시 별도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성과급을 정상적으로 지급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카오 측은 해당 계약서는 주주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임 전 대표는 카카오벤처스는 카카오가 단독 주주로 있는 곳이기 때문에 계약서의 효력 발생에 있어 꼭 주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급 논란도 카카오의 내부 비리 폭로전과 맥이 닿아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당연히 줘야 할 성과급을 주지 않기 위해 계약 과정에서 허점을 일부러 찾아낸 것 자체가 상식에 어긋난다”며 “임 전 대표에 대한 성과급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카카오와 카카오벤처스 전문경영인들의 사적 감정이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임 전 대표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지난 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개인이 회사와 성과급 등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절차적 하자 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갑의 위치에 있는 회사가 스스로 지켜야 할 내부 절차 상의 미비를 들어, 선의의 임직원을 상대로 무효이니 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와 김 부사장이 실제로 총 500억 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았다면 국내 벤처캐피털(VC) 중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동안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던 에이티넘인베스트(021080)먼트가 2022년 김제욱 부사장 등 경영진에 약 380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을 크게 뛰어 넘는 수준이다. 한 VC 대표는 "정 대표와 김 부사장가 대규모 성과급을 받았다는 것인 업계에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와 김 부사장에 대한 성과급 지급 여부는 카카오벤처스 감사보고서에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벤처스는 2021년 전체 직원들에 지급한 급여는 631억 원에 달한다. 2020년과 2022년의 급여 규모가 각각 19억 원, 11억 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1년에만 이례적으로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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