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훈(사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금융회사 부실 대응에 필요한) 무기고에 ‘신무기’가 없는 만큼, 정부와 상의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제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에서 부실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매각 절차 등을 밟을 수 있는 특별정리제도(신속정리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단 것이다.
유 사장은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개최한 예금보험공사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회사에서 부실이 일어났을 때 신속하게 회사를 정리하고 시장 안정을 도모할 제도가 국내에는 30여년 전 외환위기 당시 만들어진 금융회사 정리제도밖에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유 사장은 “올해 발생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가 주는 공통적인 함의는 놀랍게도 (부실 발생 시) 금융회사 부실을 검증하고 확인할 시간이 없단 것”이라며 “시장은 정부가 부실을 최종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는데, 시간 압박 속에서 신속히 회사를 정리할 제도가 현재 국내엔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유 사장이 언급한 ‘신무기’는 특별정리제도다. 특별정리제도는 금융 당국이 부실 금융회사를 정리할 때 은행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매각·이전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부실을 조기에 수습할 수 있는 일종의 ‘패스트트랙’인 셈이다.
유 사장은 “SVB 사태 당시 미국 정부의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진 것처럼, 한국적 현실에서 한국적 법과 제도 아래 어떤 제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를 볼 것”이라며 “목표는 신속해야 한단 것이고, 예보는 이를 내년에 힘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예보가 10월 정부에 제출한 ‘2024~2028년 중장기 경영 목표’에 따르면 예보는 경영 목표에 특별정리제도를 내년께 도입하겠단 계획을 담은 바 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금융안정계정 도입에 대해선 “마지막 남은 관련 법안소위에서 좋은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전사적으로 뛰고 있다”며 “새로운 제도(금안계정)가 있다면 예보가 하는 일을 더 쉽게, 빨리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한편 유 사장은 이날 MG손해보험 매각 및 SGI서울보증보험 공적자금 회수 계획 등도 밝혔다. 유 사장은 “MG손보의 경우 올해 3분기 영업보고서부터는 여러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돼가고 있다고 느낀다”며 “MG손보는 그냥 시장 매각이 아니라 예보가 지원해주면서 매각하는 것인 만큼 예보의 적정한 지원이 있다면 여전히 매각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에 대해선 “매년 2000억 원씩 배당금을 받고 있어 보증보험에 대한 공적자금 회수는 계속되고 있다”며 “IPO가 됐든, IPO가 아니든 매각 방법을 다양하게 찾아 (공적자금 회수)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건 예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 만큼 내년에도 그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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