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가정 내에서 수소를 사용하다 불이 났을 때 어떻게 되는지 실험해보기 위한 시설입니다. 수소는 불이 붙어도 색이 없어서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에안센터)에서는 지난 8일에도 가정 내에서 수소가 누출됐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증 시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강원도 영월군에 위치한 에안센터는 13만㎡에 달하는 부지에 연구개발, 실증시험·인증, 상용·제도화를 추진할 수 있는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넥쏘 등 수소자동차와 수소버스 뿐 아니라 수소충전소에서 사용하는 용기와 부품,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활용되는 배터리의 성능시험까지 이 곳에서 모두 이뤄진다. 특히 에안센터는 세계에서 최초로 수소충전소 밸브 공인인증기관으로 지정됐다. 기존에는 수소충전소 밸브 인증을 위해 약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에안센터가 24시간 밸브 공인시험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소요 시간이 2~3개월로 절반 가량 단축됐다. 장성수 에안센터 센터장은 “2040년까지 수소충전소 1200여 기가 보급될 예정”이라며 “도심지 내 수소충전소 보급·촉진 지원을 위해 피해경감시설인 방호벽에 대한 실증시험과 연구를 선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가스 누출과 화재폭발 등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실증시험도 담당한다. 에안센터는 지난 2010년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서 발생한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 폭발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CNG버스는 친환경 시내버스로 각광받았으나 당시 이 사고로 17명의 시민이 중경상을 입었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에안센터 관계자는 “CNG버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으나 국내에서 원인을 규명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같은 상황이 또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 센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에안센터는 LPG 용기와 CNG 용기가 폭발할 때의 압력을 재는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파열압 기준을 넘겨서 파열되는 제품 모델은 기준을 ‘합격’해 생산 가능한 모델로 인증받을 수 있다. 장 센터장은 “실증 실험을 통해서는 가스가 폭발했을 때 파열압이 얼마나 되는지, 주위 반경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보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데이터를 얻어 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호시설에 대한 인증도 에안센터가 수행하고 있다. 방호시설에 설치되는 방폭문 등 주요 7개 방호제품의 구조와 성능 이상 유무를 검증하고, 방호제품의 안전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검증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 방폭문의 성능 시험을 위해서는 방폭문 안에서 125kg의 TNT(강력 폭약)를 터트렸을 때 문에 이상이 없어야 한다. TNT를 터트린 후에도 밖에서 문이 열려야 한다. 엄청난 압력을 버틸 수 있는 두꺼운 벽으로 구성된 방폭문이 에안센터에 마련돼 있다.
에안센터와 유사한 실증시험기관으로는 캐나다의 Powertech, 일본의 JARI, Hy-TReC, 독일의 BAM, 스위스의 SPIEZ 등 총 5개 기관이 있다. 단일기관 중에서 초고압시험, 화재·폭발시험, 방호시험을 실시하는 기관은 에안센터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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