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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양적확장 전략 리셋…사명 바꿀 각오로 경영 쇄신"

■3년만에 직원들과 간담회

'끓는물 개구리'처럼 위기 인식못해

투자·스톡옵션 위주 경영 뒤엎을 것

영어이름 등 사내문화부터 재검토

직원 400여명 앞에서 일일이 답변

일각 "계열사 인원은 소외" 지적도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진행된 직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제공=카카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카카오 사명까지 바꿀 각오로 강도 높은 쇄신에 임하겠다고 선언했다. 개별 계열사에 전적인 자율성을 보장하는 한편 양적 확장에 방점을 찍어온 기존 경영 철학을 뒤엎고 새로운 경영 방식, 거버넌스 구조를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사내 수평 문화 도입을 위해 실시한 카카오의 상징적 문화인 영어 이름 쓰기 문화부터 재검토겠다고 밝힌 만큼 카카오 전체 경영 전략을 시작으로 사내 문화 전반을 포함한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을 진행한 11일 이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직원들에게 공개했다. 그는 카카오가 견지해온 그간의 성장 방정식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인정하며 입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고자 했으나 지금은 카카오가 좋은 기업인지조차 의심받고 있다”며 “우리를 향한 기대치와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삐거덕대는 조짐을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창업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가짐’으로 경영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직원들을 한배에 탄 동료라는 의미에서 크루(Krew)라고 일컫는다. 그는 계열사에 전적인 자율을 주는 경영 방식과 고위직의 도덕적해이로 이어진 스톡옵션제도 등을 향한 그간 비판을 의식한 듯 “투자와 스톡옵션과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어냈던 방식에도 이별을 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확장 중심의 경영 기조에 대해서도 거리를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확장 중심의 경영 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현재 시점의 시장 우위뿐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화 가능할지의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하고,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를 위해 김 위원장은 기업 문화부터 다시 세우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과거에 말씀드린 적 있듯이 ‘문화가 일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기에 현재와 미래에 걸맞은 우리만의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간담회를 통해 카카오를 둘러싼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답변하며 참담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경영 쇄신을 주도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소규모 자리들을 만들어나가면서 직원들과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오프라인으로만 400여 명의 직원이 참석했으며 김 위원장은 약 20개 달하는 질문에 답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직원들 앞에 나선 것은 2021년 2월 창사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직원들과 소통한 후 약 3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간담회가 카카오 본사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본사 외에도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계열사 이슈가 카카오가 직면한 사법 리스크의 중대한 뼈대를 이루고 있는데 정작 계열사 직원들의 목소리는 소외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오늘은 여러 가지 시공간의 제약상 판교 아지트와 제주도 오피스 본사 크루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며 “오늘 나왔던 발언 중 주요 내용을 발표문 형식으로 정리해 주요 계열사에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카카오 노조 측은 사측의 향후 움직임에 맞춰 대응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서승욱 화섬노조 카카오지회장은 “많은 직원이 카카오 본사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간담회가 진행된 데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일단 회사가 전면적인 쇄신을 선언한 만큼 추후 상황을 보고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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