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은 유통업계에 캐릭터 협업 바람이 불고 있다. 가족 단위 고객을 중심으로 연말 분위기를 내기 좋은 데다 ‘어른이’로 불리는 캐릭터별 충성고객층을 끌어당길 수 있다는 장점도 커서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004170)백화점은 이달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점과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 ‘스누피 홀리데이 팝업’을 잇따라 연다. 센텀시티점에서 17일까지, 본점에서 22일부터 일주일 간 열리는 이 매장은 1950년 미국 신문 연재 만화 ‘피너츠’에 등장한 강아지 캐릭터 스누피를 내세웠다. 피너츠는 50년간 연재되며 미국 대중문화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신세계는 마니아층을 겨냥해 △인형 △접시 △스티커 △크리스마스 카드 등 문구류를 준비했다. 팝업 공간은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녹색과 빨간색으로 꾸며졌다. 25일까지 안내데스크를 비롯한 각 점포 실내 곳곳에 스누피 조형물이 설치된다.
롯데마트는 300여 종의 신선식품 패키지에까지 캐릭터를 그려넣었다. 롯데마트∙슈퍼는 내년 1월 말일까지 월트디즈니 코리아와 협업해 캠페인을 연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디즈니가 내년에 내놓는 기념 애니메이션 ‘위시’ 개봉을 기념했다. 마블나인 한우와 설향딸기 등 대표 신선상품에는 미키와 미니, 엘사를 비롯한 만화 주인공들이 담겼다. 롯데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 ‘오늘좋은 우유’ 패키지에도 캐릭터 디자인이 적용됐다. 롯데마트는 향후 이 같은 상품의 카테고리를 넓힐 예정이다.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4개 점포도 오는 16일부터 내년 2월까지 숍인숍 형태의 ‘디즈니 마켓’을 운영한다.
앞서 현대백화점(069960)도 신촌점에 일본 만화 원작의 ‘짱구’와 뭔가 작고 귀여운 캐릭터 ‘먼작귀’ 행사 공간을 열기도 했다.
이 같은 캐릭터 팝업은 소비자 눈길을 끌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상당수 캐릭터의 저작권이 해외에 있어 업계가 지불하는 로열티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흰디’와 롯데홈쇼핑 ‘벨리곰’ 등 유통업계가 자체 캐릭터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통사가 개발한 자체 지적재산권(IP)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예쁜 캐릭터를 만드는 것보다 스토리를 입혀내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기업이 추구하는 세계관을 잘 연결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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