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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MZ오너 시대, 사라진 '복심'

박민주 산업부 기자


삼성의 이학수, 롯데의 이인원. 아직까지 회자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던 그룹의 2인자들이다. 오너 일가의 복심으로 불리며 오너 못지않은 권력을 가졌던 이들은 부정적인 이미지도 많지만 샐러리맨 신화의 정점이기도 하다.

이들이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하나둘 그룹을 떠나고 있다. 특히 올해 오너가의 전면 부상과 함께 2인자의 용퇴가 두드러졌다. ‘44년 LG맨’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을 시작으로 7년이 넘게 SK그룹의 2인자 자리를 지켰던 조대식 SK수펙스 의장도 경영 2선으로 물러났다. HD현대에서는 가삼현·한영석 부회장이 내년부터 자문역을 맡는다.

2인자의 종말은 MZ세대 오너의 특징이다. 젊은 총수들은 소수 측근을 통하기보다 계열사 사장들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2인자를 두지 않고 직할 체제를 구축하는 게 의사 결정을 더 빠르게 할 수 있고 그룹 장악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소수 측근 그룹이 총수의 눈과 귀를 막았던 일부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으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2인자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은 전문경영인으로 투자·재무·전략·노무관리 등 각 영역에서 사실상 손꼽히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올해 인사에서도 일부 2인자 교체를 앞두고 ‘사실상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특히 오너 2세대 시절 부회장들은 오너의 뜻을 가장 잘 아는 복심으로서 오너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계열사에 전달해왔다. 오너가 추구하는 것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보니 그룹의 신성장 동력 발굴과 조직 혁신까지 맡아왔다.



아버지 오너와 아들 오너 사이를 잇던 샐러리맨 출신 부회장들도 사라지고 있다. 경영진에 오너 일가를 전면 배치한 것은 책임 경영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올해 고위직으로 승진한 오너들 대부분 미래 신사업을 이끄는 임무를 맡았다. 신사업은 전문경영인보다 오너가가 추진할 때 더 장기적으로 큰 투자를 이끌 수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제는 입증의 시간이다. 경영 수업을 끝내고 전면 등판한 MZ 오너들이 샐러리맨을 제친 초고속 승진자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아버지와 다른 그들의 스타일을 성공 방식으로 써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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