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011200)의 새 주인을 가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작업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논란의 한 가운데 있는 영구채 1조 6800억 원어치의 3년 전환 유예 여부가 핵심 관건이다. KDB산업은행은 영구채 3년 전환 유예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일부 언론에 간접적으로 밝혔지만 아직 이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매각 측 내부에서도 사전에 유예 불가를 못 박고 우협을 뽑을 것이냐 아니면 우선 선정한 뒤에 협상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동원그룹은 매각 측이 우협 선정에 유력한 하림의 요구를 수용해 해당 조건을 변경할 경우 법적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상태다. 반면 하림은 시장에서 추측하고 있는 것처럼 배당이 목표는 아니며 매각 측이 원하는 조건을 마음껏 적으라고 해 표시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두 그룹의 생각은 무엇이 다를까.
13일 산업은행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팬오션·JKL파트너스(하림그룹) 컨소시엄은 영구채 3년 유예와 사외이사 지명 수 축소 등 논란이 되고 있는 하림 측 요구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시장 안팎의 얘기를 모아보면 독립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남아 있는 영구채를 모두 전환하면 HMM 지분 인수 성공 시 57.9%인 하림의 지분율은 38.9%로 떨어진다.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은 영구채 전환으로 각각 약 16%씩 32%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공공기관 지분이 또다시 30%를 넘게 되는 만큼 자율경영이 어렵다는 얘기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구채 3년 유예가 되면 지분이 38.9%였을 때보다 지분이 많아 배당을 더 챙겨갈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내년 업황이 나빠지면 배당을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적게 받을 수도 있다”며 “배당만이 목표는 아닐 것이고 하림도 자신들이 적어낸 요구사안을 매각 측이 다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인수 후보인 동원의 생각은 다르다. 동원 측은 영구채 전환이 유예되면 지분율이 낮아지지 않고 이를 통해서만 3년 간 2850억 원을 더 받아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IB 업계에서는 매각 최저치인 예정가격이 6조 3000억 원 대인데, 하림이 예가보다 높은 6조4000억 원 수준, 동원은 6조2000억 원 안팎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원은 자신들은 영구채가 모두 전환된다는 가정 아래 가격을 적어냈다고 강조하고 있다. 동원이 하림처럼 영구채 3년 전환 유예를 생각했으면 배당으로 더 들어오는 수입(2850억 원)을 감안해 입찰액을 더 썼을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2850억 원은 하림과 동원의 입찰 금액이 뒤집힐 수도 있는 수준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동원이 예가보다 낮게 썼기 때문에 입찰금액을 이제 와서 바꾸기는 어렵다”면서도 “하림은 일단 가격을 높게 쓰고 나중에 협상하자는 식이었던 반면 동원은 모든 걸 감안해서 입찰에 참여한 것이기에 논란이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IB 업계에서는 영구채 전환 유예 논란의 핵심은 결국 독자적인 경영권 확보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인수합병(M&A) 업계의 고위관계자는 “이번에 매각되는 산은과 해진공 지분이 57.9%로 추가 영구채 전환이 없다면 하림은 3년 동안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마음껏 경영할 수 있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하림이 어떻게 나오든 막을 수 있는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영구채 전환 3년 유예→3년 간 정부 지분 제로→공공기관 사외이사 지명권 없음→사전 경영협의 근거 부족’으로 이어지는 것이 핵심으로 보고 있다. 하림의 노림수도 여기에 있다는 얘기다. 한쪽에서는 독립경영을 원하는 게 당연하지만 반대 쪽에서는 아무런 간섭 없이 경영을 하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외부 간섭이 사라지면 배당이나 자사주매입, HMM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을 이용할 수 있는 여지도 커진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하림 측이 인수한 다음에 정부 지분이 없으면 그 전에 맺었던 계약이든 뭐든 하림의 뜻대로 굴러갈 확률이 높다”며 “일정 부분 미리 합의해두고 갈 필요가 있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하림 측은 배당에 관심이 없으며 경영을 제대로 해보려는 의도라는 입장인 것으로 IB 업계에 알려져 있다. 내년 업황이 나빠지는 것도 대비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고민도 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을 금융논리로 구조조정했다가 겪은 후폭풍이 여전히 생생하다”며 “빠른 매각도 중요하지만 한번 팔았다가 되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따져볼 것은 최대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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