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가압류를 서비스의 해지 사유로 규정한 약관을 불공정 약관이라고 보고 시정을 요청했다. 가압류는 임시 절차에 불과해 고객의 채무불이행이 확실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는 취지다. 증권사가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면서 발생하는 운용보수나 세금 등의 비용을 고객에게 부담시키는 조항도 불공정 약관으로 꼽혔다.
공정위는 증권사·신탁사 등 금융투자업자가 사용하는 총 929개의 약관을 심사한 뒤, 이 중 40개 조항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14일 밝혔다.
주요 불공정 약관의 유형으로는 가압류를 서비스 해지 사유로 규정한 조항이 꼽혔다. 투자자문사의 계약서 중 ‘고객의 계좌에 가압류나 압류 등 강제집행 절차가 시작되는 경우 회사가 계약 해지 가능’이라는 약관 등이 해당한다. 공정위는 가압류의 경우 채권자가 일방적으로 취하는 임시 보전 절차이기 때문에 남용의 소지가 높으며, 고객의 채무불이행이 확실한 상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계약을 해지시킬 만큼의 중대하고 명백한 귀책사유가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고객에게 포괄적으로 비용을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도 주요 불공정 약관 조항에 포함됐다. ‘회사 이외의 제3자에게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 세금, 수익증권의 운용보수 등의 비용은 고객이 부담하여야 한다’는 조항이다. 공정위는 발생하는 비용이 고객과 회사 중 어느 쪽의 수요(필요)에 의한 것인지와 관계 없이 비용을 모두 고객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어떤 업무를 수행하면서 발생한 비용인지도 정하지 않고 있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자 ‘고객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외에도 공정위는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제한·중단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불공정 약관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약관상 중요내용에 대한 개별 통지수단을 앱 알림, 앱푸쉬,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재 등 적절하지 않은 방법으로 규정한 조항, 계약 해지 사유를 추상적·포괄적으로 정한 조항, 신탁해지 시 이해관계인 전원의 동의를 요하는 조항 등도 함께 불공정 약관 조항으로 꼽혔다.
공정위는 지난 8월 은행·저축은행과 10월 여신전문금융사에 이어 이번 금융투자업자의 약관을 마지막으로 2023년도 금융약관 불공정 조항에 대한 심사를 모두 마쳤다.
공정위는 “불공정한 거래관행이 신속히 시정되고, 시정 요청 대상 약관 뿐만 아니라 향후 동일·유사한 불공정 약관 예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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