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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재판 독립성' 다양성 확보에 있다

최성욱 사회부 기자

사회부 최성욱기자.




대법원은 과반 찬성으로 주요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정치·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건에서 어느 쪽이던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려면 특정 성향의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할수록 유리한 구조다. 이 때문에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이 임명될 때마다 어떤 인물이 임명되느냐보다 보수와 진보 성향 중 어느 쪽이 다수를 차지하느냐에 더 관심이 쏠린다.

사법 선진국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종신제를 택하는 미국 연방대법원은 조 바이든 정권 출범 이후에도 총 9인 가운데 중도·보수 대법관이 6인으로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파장이 큰 주요 사건 때마다 진보적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200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정치적으로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취임 이후에는 진보적 의견을 내는 ‘이념의 균형추’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정책에 제동을 건 판사를 ‘오바마 판사’라고 비난하자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우리에게는 오바마 판사도, 트럼프 판사도 없다”고 반박했다.



11일 새로운 사법부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했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내년 1월 1일 퇴임을 앞둔 대법관들의 후임자 인선 절차에 착수했다. 대법관 후보자 임명 제청은 조 대법원장이 취임한 직후 처음으로 행사하는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이다. 대법원 구성원들을 재편하는 동시에 좌우로 갈라진 사법부를 하나로 통합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보수 성향 엘리트 법관들로 대법원이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지명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보수 색채가 짙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한평생 법관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항상 중도의 길을 걷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좌우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대법원 구성에 있어서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인적 다양성은 결국 판결의 다양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치 색깔뿐만 아니라 출신·성별·학벌·직업의 다양성은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시절 전원합의체에서 소수 의견을 많이 내 ‘미스터 소수 의견’으로 불렸던 것처럼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로지 법리에 따라 사안을 바라보는 대법원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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