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지 사업을 하는 한국 소재 기업들이 내년 중국산 배터리 광물·소재 의존도를 줄이려는 공급망 재편움직임에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미 정부가 최근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더욱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해외우려기업(FEOC) 세부 규정안을 발표 하면서 소재 공급망 대체가 불가피 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대신 한국 소재 업계와 손을 잡으려는 한국 배터리·완성차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배터리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됐을 경우 해당 전기차 모델은 최대 7500달러(약 972만 원)의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미 정부는 사실상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고 중국 기업이 자국 밖에서 외국 기업과 설립한 합작회사의 경우 중국 측 지분이 25% 이상이면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하도록 한 것이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는 미 정부의 강경한 정책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중국이 리튬·니켈·흑연 등의 핵심광물 채굴부터 정·제련 등 가공 단계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배터리 원·소재 공급망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메탈·광산 시장조사기관 CRU에 따르면 배터리 제조용 광물에 대한 중국 점유율은 흑연 70%, 코발트 73%, 리튬 67%, 니켈 63%에 달한다.
특히 중국 기업과 합작 투자를 하지 않았더라도 FEOC로 간주될 수 있는 점은 큰 부담거리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기관이 소유한 특정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한국의 배터리 제조사가 해당 기관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면 이 한국 회사는 중국 정부의 간접적인 통제를 받는 FEOC에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또 배터리 제조사가 중국 정부가 소유하고 통제하는 기관과 핵심 소재 공급 계약을 체결해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내에서 주로 2차 전지 사업을 하는 한국 소재 기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니켈 함량이 높은 하이니켈 배터리를 주력 생산하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는 중국 영향력을 배제한 채 안정적인 니켈 소재 수급 조달처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 자본 개입 없이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는 고려아연(010130) 등이 수혜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고려아연은 2025년까지 5063억 원을 투자해 울산에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준공 할 계획이다. 신규 제련소의 황산니켈 생산능력은 연 4만2600톤으로 현재 연간 생산량(2만2300톤)의 1.9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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