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이틀 연속 상승하면서 2560 선까지 넘어섰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양도소득세 부담을 피해 연일 조(兆) 단위 물량을 쏟아내며 이른바 ‘연말 랠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금리 인하, 배당 효과를 노리고 유입되는 외국인 매수세와 세금을 피한 개인 매도 폭탄 물량이 팽팽히 맞설 것으로 내다봤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9.38포인트(0.76%) 오른 2563.56에 마감했다.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할 것이라고 밝힌 소식이 전해지며 1.34% 오른 데 이어 이틀 만에 52.90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날은 특히 개인이 연이틀 1조 원이 넘는 매물을 던지면서 지수 상승을 억눌렀다.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4일 1조 3480억 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1조 1000억 원이 넘는 물량을 내다팔았다. 이틀 동안만 2조 5000억 원에 가까운 주식을 처분한 셈이다. 개인은 이날 전기·전자 업종을 3955억 원어치나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운수장비(2363억 원), 금융업(1109억 원), 유통업(144억 원), 운수창고(187억 원), 기계(993억 원), 철강·금속(1045억 원) 등의 주식을 대거 처리했다. 이날 상승 출발한 코스닥도 개인이 홀로 1000억 원에 가까운 물량을 쏟아낸 탓에 2.28포인트(0.27%) 하락한 838.31에 마감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코스피 시장에서 각각 8500억 원, 3000억 원어치 이상을 사들이고 코스닥에서도 나란히 매수 우위를 보였다.
개인이 매도 우위를 보인 것은 비단 14~15일뿐이 아니다. 개인은 코스피가 2500대로 다시 올라선 이달 8일부터 이날까지 총 4조 원이 넘는 물량을 팔아 치웠다. 같은 기간 코스닥도 4300억 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개인이 코스피에서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005930)(9811억 원), SK하이닉스(000660)(3577억 원), 네이버(NAVER(035420)·2296억 원), 카카오(035720)(2170억 원), 셀트리온(068270)(1970억 원) 순이었다. 코스닥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2274억 원), HLB(028300)(1242억 원), 에코프로(086520)(847억 원), 엘앤에프(066970)(842억 원), 위메이드(112040)(407억 원) 등을 많이 팔아 치웠다.
금융투자 업계는 개인이 상승장에서도 대량 매물을 쏟아내는 이유를 연말 양도세 부담에서 찾았다. 이달 12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는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개인 매물 출회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법에 따르면 개별 주식 종목 지분율이 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 이상이거나 상장 주식을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일반 투자자도 대주주로 간주해 주식 양도소득의 20%(과세표준 3억 원 초과는 25%)를 징수한다. 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은 2020년 4월부터 10억 원으로 유지됐다. 과세가 시작된 2000년에는 대주주 기준이 100억 원이었지만 2013년 50억 원, 2016년 25억 원, 2018년 15억 원, 2020년 10억 원으로 그 기준이 강화됐다. 이후 고액 자산가들이 연말마다 세금 회피를 위해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행태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연말에도 해외에는 없고 국내에만 있는 대주주 양도세 문제로 증시 전반에 매도 부담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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