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네이버가 공동 개발 중인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개발 착수 1년 만으로, 엔비디아와 구글 등 경쟁사의 상용 제품과 비교해 성능 지표의 하나인 전력 효율이 8배 뛰어나다는 평가 결과도 제시됐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1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제4차 AI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에 참석해 전시부스를 열고 현재 개발 중인 AI반도체의 ‘필드 프로그래머블 게이트 어레이(FPGA)’ 버전을 공개했다. FPGA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도록 구현한 반도체 칩으로, 향후 시제품과 정식 제품으로 발전하게 된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최고의 소프트웨어·서비스·하드웨어 역량을 모아 엔비디아와 구글 등 외산에 맞선 국산 AI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이날 처음 공개된 AI반도체는 네이버의 초거대 AI모델 ‘하이버클로바X’를 구동하는 모습을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삼성·네이버, 엔비디아, 구글의 AI반도체로 각자 메타의 330억 파라미터 초거대 AI모델 ‘라마(LLaMa)’를 동일한 40ms(밀리초) 미만 지연시간의 속도로 구동해본 결과, 삼성·네이버 제품이 두 외산 제품보다 8배 높은 전력효율을 보여줬다고 네이버는 설명했다. 전력효율이 높을수록 더 적은 전력으로 동일한 연산 성능을 낼 수 있으며 반도체가 집적화할수록 전력효율이 점점 더 중요한 성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경쟁사 제품은 연산 과정에서 하나의 값(숫자)을 표현할 때 16비트를 쓰지만 우리는 4비트만을 쓰는 덕”이라고 그 비결을 설명했다. AI 연산을 4배 더 압축해서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론적으로 하나의 값을 표현할 때 쓰이는 비트 수가 적어지면 실제 챗봇 같은 AI 서비스를 구현할 경우 답변 정확도 같은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에 네이버 관계자는 “16비트와 4비트 차이 정도로는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연구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개발 완료된 AI반도체를 자사 서비스에 적용하는 한편 기업간거래(B2B) 제품으로도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AI반도체와 이를 탑재한 데이터센터를 상용화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의 중간성과를 소개했다. NHN클라우드와 사피온·노타는 지능형 교통관제, KT클라우드와 리벨리온·슈퍼브AI는 음식물 식별 영양관리 서비스를 시연했다. 네이버클라우드·퓨리오사AI·심플랫폼은 건설현장 위험탐지 서비스를 선보였다. 전략대화는 반기별로 정부과 AI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모여 산업 육성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