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10개월 남짓 남은 지금, 정부는 내부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를 둔 통상 전략을 짜고 있다고 한다. 4년 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준 조지아·미시간·네바다·애리조나 등 주요 경합주(州)의 민심이 이번에는 트럼프에게로 기울었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럴 법도 하다. 간접선거 형태인 미국 대선에서 박빙 지역에서의 우세는 사실상 승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당선을 가정한 정부의 전략은 무엇일까. 통상 정책을 설계하는 한 실무자는 “모든 전략이 무의미해지기에 사실 전략이라 내세울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장관님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숙소 하나 마련해놓고 일 터질 때마다 바로 백악관으로 갈 수 있게 하는 게 최선”이라는 농담도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습 발표하는 통상 정책이 실무진 수준에서는 짐작조차 어려웠던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워낙 많다 보니 장관이 직접 나서는 게 가장 빠르다는 뜻이었다.
이 말을 가벼이 넘길 수 없었던 것은 그가 트럼프 행정부를 카운터파트로 둔 실무진이었다는 점에서다. 합리적인 예측을 뛰어넘어 이리저리 널뛰는 트럼프 정책의 직격탄을 몸소 경험한 후 나온 ‘웃픈’ 농담이었다. 이미 정부 곳곳에서는 한층 가혹해졌을 트럼프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푸념이 들린다. 모든 수입품에 관세 10%를 부과하고 취임 첫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탈퇴한다는 등 예고한 정책만 봐도 안전벨트를 더 꽉 매고 기다려야 한다는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 탓에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수장이 3개월 만에 바뀌니 야당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다만 후임으로 지명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2년 가까이 최전선에서 통상 업무를 책임진 전문가다. 인사청문회를 정쟁화해 수장 교체기를 질질 끄는 것은 총선을 앞둔 ‘흠집 내기’용으로 비칠 공산이 크다. 태평양 너머 파고가 점점 높아지는 게 보이는데 국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쟁을 위한 목적에서 청문회를 벼르는 정치권의 행태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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