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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디스플레이 1위' 탈환을 위한 조건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정부 업은 中 LED칩 강국 성장

韓 '17년간의 1위 자리' 빼앗겨

디스플레이산업 재도약하려면

초미세 LED칩 개발·규제 풀길





전기를 사용해 세상을 비추는 조명과 영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 사이에 공통점이 있을까. 백열전구와 형광등으로 시작한 조명과 ‘배불뚝이 TV’로 대표되는 과거의 디스플레이는 연결 고리가 없는 산업이었다. 하지만 평평한 화면을 세상에 선물한 액정표시장치(LCD)가 광원으로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제 디스플레이 산업은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넘어 무기발광(iLED)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산업의 시작과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이 LED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LED 산업 경쟁력을 돌아봐야 한다.

한국은 과거 일본이 주도하던 LED 조명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2008년 ‘LED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하는 등 민관이 함께 투자를 추진했다. 그러나 2011년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의 영향으로 중소기업 위주로 완제품 시장이 재편되며 중국산 부품 채용이 늘고 산업 생태계가 악화했다. 결국 현재 16조 원에 육박하는 글로벌 LED 시장에서 생산능력 4%를 점유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LED 산업의 경쟁력 열위는 한국의 핵심 산업이자 첨단 전략 기술인 디스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명용 LED칩보다 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디스플레이용 LED칩 개발 여력이 없어지면서 iLED 디스플레이용 LED칩을 생산할 기반을 국내에 갖추지 못했다.



반면 후발 주자인 중국은 2010년부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LED칩 생산능력 70%를 보유한 LED 강국으로 성장했다. 대만 역시 조명용 LED칩 제조 공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보다 먼저 시장에 진입해 애플의 수천억 원대 투자를 유치하고 AUO와 폭스콘 등 자국 내 업체 협업을 통해 iLED 디스플레이 밸류체인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주도권 확보를 위한 골든타임은 지난 것일까. 한국은 LCD 시장에서 종주국인 일본을 시장 진입 6년 만에 앞질렀고 세계 최초로 OLED를 양산하며 디스플레이 역사를 썼다. 현재 우리가 열세에 있는 LED칩도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한다면 승산이 보인다.

최근 정부는 iLED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및 생태계 구축 예비타당성 사업을 통해 LED칩 원가 혁신과 대량 생산 기술 확보에 힘쓰고 있다. 기존 대비 2배 이상 큰 기판에서 4분의 1 수준으로 작은 5㎛(마이크로미터)급 초미세 LED칩 생산을 목표로 한다. 현재 시판되는 마이크로 LED TV의 가격이 1억 원을 훌쩍 넘는 고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큰 기판에서 많은 LED칩을 생산하는 원가 절감 기술이 필수적이다.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자동차·의료·바이오 등 LED가 사용되는 모든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기술이 있어도 시장이 없으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듯이 우리가 갖고 있는 규제가 실효성이 있는지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7년간 유지해온 디스플레이 산업 1위 자리를 중국에 빼앗긴 지금이야말로 더 강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시기다. OLED와 iLED를 무기로 디스플레이 산업 1위를 탈환하고 새로운 디스플레이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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