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의 투자 고수로 유명한 황순태 삼전 회장이 태영건설(009410) 지분 5.25%를 전격적으로 사들였다. 최근 증권가를 중심으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슈퍼개미’인 황 씨가 지분을 대거 매집하면서 매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씨는 이달 8일부터 15일까지 태영건설 주식 204만 3000주를 매수해 현재 지분율이 5.25%로 늘었다고 21일 금융 당국에 보고했다. 그는 이번 지분 보유 목적에 대해 ‘단순 투자’라고 적시했다. 지분 공시에서 단순 투자란 경영참여 의사 없이 차익 실현만을 위해 투자했다는 의미로, 업계에서는 황 씨가 태영건설을 향한 주주 제안 등 행동주의에 나서려는 의도는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태영건설은 최근 유동성이 악화하면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돌입한다는 루머가 증시에 확산된 바 있다. 실제 태영건설은 국내 주요 건설사 중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가 가장 크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하향 검토’로 낮추기도 했다. 위기설이 번지면서 태영건설 주가는 최근 한 달 사이 28% 넘게 하락했다. 이날도 1.44% 하락한 2745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금융투자 업계는 태영건설의 주가가 급격히 내리면서 황 씨가 저가 매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는 8일부터 15일까지 태영건설 지분을 장내 매수하면서 주당 취득 단가가 2910~3542원이었다고 지분 매입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삼성SDI 전무를 지냈던 황 씨는 2007년 코스닥 상장사 모아텍(033200) 주식을 54만 주 매수했다가 1년 만에 20억 원의 차익을 거두고 팔아 ‘큰손’ 투자자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2011년에는 당시 워크아웃을 신청한 고려개발 지분을 15%가량 취득한 적도 있다. 황 씨는 또 2014년 LG계열 광고회사인 HS애드와 DL건설 지분을 5% 이상 취득하는 등 다양한 종목에 대규모 현금을 베팅하며 수익을 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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