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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쉼터가 있어?… '몰라서 못 가는' 고령 추위 취약 계층

쉼터 운영 정보 대부분 인터넷에 있어

고령층 대부분 한파 쉼터 존재 잘 몰라

경로당 원래 자주 오던 어르신들만 찾아

주민센터·구 청사 내부에도 안내문 전무

광진구, 24시간 운영 편의점 쉼터 지정

전문가 “숫자보다 실효성 관점서 운영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된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청 로비에 어르신들이 추위를 피해 모여 앉아있다. 정유민 기자




“한파 쉼터요? 처음 들어요.”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된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청사 1층 로비에는 목도리와 마스크로 중무장한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한파 쉼터로 지정된 인근 경로당과 주민센터 대신 구청사로 추위를 피해 온 이들이었다.

연일 살을 에는 듯한 극한 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파 쉼터를 찾는 고령층은 많지 않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로당·주민센터 등을 겨울철 한파 쉼터로 지정·운영하고 있으나 운영 시간과 위치를 확인할 수단이 휴대폰 애플리케이션과 재난안전포털 등에 그치고 있는 탓이다. 70~80대 고령층이 대부분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접근성 자체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영등포구청사를 찾은 김 모(74) 씨는 “추운 날씨에도 혼자 지내다 보니 난방을 쉽사리 하기 어려워 나왔다”며 “한파 쉼터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고 말했다. 연신 춥다며 옷깃을 여미던 이 모 할머니도 “경로당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아는 사람이 없어 뻘쭘해서 가기 싫다”면서 “차라리 구청 로비가 편하다”고 전했다. 청사 로비에서 만난 어르신들 대부분 매년 회비를 내는 경로당 회원이 아니어도 한파 쉼터는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2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아차산경로당에 한파쉼터 운영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유민 기자


한파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에서 만난 어르신들도 “지금껏 오지 않다가 춥다고 이곳을 처음 찾는 이들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말 그대로 얘기를 나눌 친구를 찾거나 따로 갈 곳이 없어 자주 오는 이들은 있어도 추워서 일부러 알아보고 오는 70~80대 노인들이 극히 드물다는 얘기다.

종로구 복정경로당을 찾은 구 모(87) 씨는 “올겨울 들어 처음 보는 사람이 춥다고 찾아온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광진구 아차산경로당 총무 정동근(73) 씨도 “요 며칠 새 어르신들이 평소보다 오래 경로당에 머문다”면서도 “그렇다고 쉼터의 존재를 알고 일부러 오는 이는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같은 한파 쉼터지만 주민센터는 더더욱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한파 쉼터 1285곳에는 구청사 8곳과 주민센터 345곳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서울경제신문이 찾은 구청사와 주민센터에는 한파 쉼터 안내 문구를 찾아보기 어려울 뿐더러 별도의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한파 쉼터로 지정된 종로구청에서 만난 민원인 박 모(54) 씨는 “별도의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는데 누가 일부러 찾겠냐”며 “홍보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 편의점에 한파 쉼터 안내 스티커가 붙어 있다. 정유민 기자


여기에 기온이 더 떨어지는 밤에 이용할 수 있는 연장 쉼터는 손에 꼽고, 주말에는 대부분 문을 닫는다는 점도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에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을 한파 쉼터로 지정한 지자체도 등장했다. 광진구는 15일부터 관내 CU편의점 15곳을 한파 쉼터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야간과 주말에도 물건을 사지 않아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쉼터로 지정된 관내 한 편의점 직원은 “어르신들이 많은 동네라 밖에 앉아 계시면 들어와서 쉬시다 가라고 한다”며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물 하나 사고 앉아서 몸을 녹이고 가곤 한다”고 전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편의점뿐만 아니라 교회 등 민간 시설과 지자체가 더욱 협력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한파 쉼터를 운영하는 것을 고려해봄직하다”며 “단순히 한파 쉼터 숫자를 늘리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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