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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회계법인, 경영진 횡령 못잡았으면 주주에 상폐 배상"

'라임 투자' 리드 주주 승소…"회계법인 20% 책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연합뉴스




상장사 경영진이 횡령 사실을 숨기려고 만든 허위 채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회계법인도 주주들에게 상장폐지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최욱진 부장판사)는 2020년 상장폐지된 코스닥 상장사 리드 주주 60여 명이 A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결정했다. 리드는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회사다. 2019년 ‘라임 펀드 사태’가 불거지자 경영진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되며 같은 해 10월 거래가 정지됐다. 이듬해인 2020년 5월에는 코스닥시장에서 아예 퇴출됐다.

리드 경영진은 2018년 5월 전환사채(CB) 발행 납입금 440억 원을 횡령하고 이를 대여금으로 허위 계상한 혐의를 받았다. 그런데도 A회계법인은 2018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서 재무 상태가 공정하게 표시되고 있다며 적정 의견을 표명했다. 이에 주주들은 “A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를 신뢰해 리드 주식을 보유했다가 상장폐지로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A회계법인은 “횡령은 경영진의 의도적인 부정에 의한 것이고 감사 과정에서 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A회계법인이 자금조달 목적, 자산의 생성 과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리드의 주요 금융자산의 실재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리드의 1년 매출액(373억원)보다 큰 액수의 허위 채권을 장기대여금으로 기재한 것부터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봤다. 거액의 CB 발행대금이 납입일 당일 바로 다른 법인 은행 계좌로 송금돼 공시 내용과 다르게 쓰였는데도 A회계법인이 경영진에 묻지 않은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재판부는 강제조사권이 없는 회계법인이 금전소비대차계약서, 이사회 회의록 등의 조작 가능성을 포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채권채무조회서에 인감증명서조차 첨부되지 않은 점을 걸러내지 못한 것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감사보고서 공시일 이전에 매수한 주식에 대한 손해도 배상해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기각하면서 상장폐지에 대한 A회계법인의 책임 비율을 20%로 산정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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