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됨과 클래식. 마치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두 단어는 이질적이다. 하지만 마세라티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그레칼레는 상반된 두 단어를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단정하고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유행 타지 않는 정체성을 구현하면서도 강력한 성능과 현대적인 감성을 조화롭게 녹여내서다.
강력한 지중해의 북동풍이라는 뜻을 가진 그레칼레는 중형 SUV로 GT, 모데나, 트로페오 세 가지 트림으로 구성된다. 그 중에서도 마세라티 브랜드의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정신을 담아낸 기본 모델 GT를 만나봤다.
외관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우아하고 클래식한 인상을 준다. 마세라티의 상징인 큼직한 삼지창 엠블럼, 수직 기둥을 품은 라디에이터 그릴, 볼록한 눈망울 같은 헤드램프는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낸다.
측면에서 바라본 차체는 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유선형에 가깝다. 멈춰 있어도 금방 달려나갈 것 같은 시각적 효과를 구현한다. 후면은 브랜드 로고와 리어 램프가 수평으로 자리하며 안정감을 준다.
차체 크기는 전장(길이)이 4850㎜, 전폭(너비)이 1950㎜이며 전고(높이)가 1670㎜다. 제네시스 GV70보다 크고 GV80보다는 작다. 휠베이스(축간거리)도 2901㎜에 달해 2열 공간도 넉넉하고 짐을 싣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트렁크 용량은 535ℓ로 뒷좌석을 접어 적재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할 수도 있다.
실내는 클래식함과 최신 디자인 요소가 조화를 이룬다. 클러스터와 중앙의 12.3인치 패널, 공조 등을 제어하는 8.8인치 패널, 디지털 시계까지 총 4개의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잡아 끈다. 시계는 초침까지 있는 클래식한 형태로 구현했는데 설정에 따라 디지털 시계나 나침반 등으로 바꿀 수 있다.
물리적인 버튼을 각 화면 안으로 이동시킨 덕분에 디자인이 간결해졌고 수납공간도 추가됐다. 각 화면은 시인성이 좋을 뿐 아니라 터치감도 훌륭하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을 살펴보면 하나의 디스플레이 안에 여러 기능을 통합해 넣어버려 조작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레칼레는 디스플레이를 나눠 배치한 덕분에 조작하기에 헷갈리지 않는다. 깔끔한 감성과 실용성 두 토끼를 다 잡았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사운드 시스템도 갖췄다. 그레칼레에 장착된 이탈리아 고급 오디오 제조사 소너스 파베르의 시스템은 고속으로 주행해도 정차했을 때와 동일한 음향을 제공해 감성 품질까지 만족시킨다.
디자인에서 이미 느낀 만족감은 시동을 걸고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더 커진다. 그레칼레 GT는 1995㏄ 4기통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이 맞물린 파워트레인을 얹었다. 최고출력은 300마력, 최대토크는 45.9㎏·m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6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머뭇거림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급가속을 하면 몸이 살짝 뒤로 젖혀질 정도로 막힘없는 가속력을 뿜어낸다. 코너나 요철이 심한 도로를 지날 때에도 서스펜션이 단단하게 받쳐주며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한다.
주행모드로는 컴포트, GT, 스포츠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를 작동시키면 가속력은 한층 커지고 스티어링 휠의 반응력도 좋아진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배기음도 훨씬 경쾌해진다.
그레칼레는 연료 소비를 낮추면서도 성능을 끌어올린 하이브리드 솔루션을 채택했다. 리터당 공인 연비도 복합 기준 9.9㎞/ℓ로 준수한 편이다.
가격은 1억 200만 원이다. 차급을 고려하면 가격이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레칼레를 직접 경험해본다면 충분한 수긍이 가능할 것이다. 일상에서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감성과 독보적인 성능을 느끼고 싶다면 그레칼레는 훌륭한 선택지다. 특히 거리를 뒤덮은 삼각별이 지겹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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