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등 대규모언어모델(LLM) 인공지능(AI)이 주도한 2023년을 지나 다가오는 2024년에는 소규모언어모델(sLM) 기반의 ‘소형 AI’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자본과 컴퓨팅 자원 투입이 필연적인 초거대 AI를 가볍고 효율적인 소형 AI가 보완해 사용자의 손에 들린 기기에서 AI를 구동하겠다는 계획이다. 메타를 시작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빅테크가 연달아 소형 생성형AI를 선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퀄컴·인텔 등 하드웨어 제조사도 이에 발맞추며 소형 AI 시장에 대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2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올 10월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과 함께 개발한 소형 생성형AI ‘페럿(Ferret)’의 존재가 뒤늦게 알려졌다. 페럿은 2개 모델로 매개변수(파라미터·AI 학습지표)는 각각 70억 개, 130억 개다. 매개변수 1조 개에 이르는 성능을 지닌 오픈AI GPT-4에 비해 턱없이 작은 숫자지만 이미지 묘사 등 특정 영역에서는 기존의 LLM보다 뛰어나다. 애플만이 아니다. 메타는 일찌감치 ‘라마-2’로 sLM의 문을 열었다. 오픈AI와 연합해 초거대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MS 역시 이달 12일 매개변수가 27억 개에 불과한 소형 AI ‘파이-2’를 선보였다. 유럽의 ‘미스트랄 AI’, 아랍권의 ‘팰컨7B’ 또한 대표적인 sLM이다.
소형 AI는 데이터센터에 의존하는 초대형 AI의 한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다. 이는 모바일 기기 스스로 AI를 구동하는 ‘에지AI(온디바이스AI)’의 구현을 뜻한다. 시장조사 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생성형AI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 4700만 대에서 4년 후인 2027년에는 5억 2200만 대로 늘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대형 중앙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한 초대형 AI의 위력을 알게 됐다면 2024년은 인터넷 연결 없이도 말단(에지)의 모바일 기기가 AI를 구동해 ‘온 세상의 AI’ 시대가 열리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내년 초 개최되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도 에지AI가 화두 중 하나다. 노트북 자체 AI 연산을 지원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선보인 인텔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AI 성능 강화에 나선 퀄컴이 기조연설에 나선다. 구글은 소형 AI ‘제미나이 나노’를 픽셀 시리즈에 적용했고 삼성전자가 CES 2024 직후 공개할 갤럭시 S24는 생성형AI ‘가우스’를 내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도 내년에 출시할 아이폰16에 페럿을 탑재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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