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5일까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4주에 걸쳐 진행된 세계전파통신회의(WRC-23)에서 우리나라는 6세대(6G) 이동통신 후보 주파수대역 발굴 등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 WRC-23에는 162개국에서 3800여 명이 참가해 자국에 유리한 전파 규칙 개정을 위해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한국 대표단을 비롯해 참석자 대부분에게 매일매일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회의 1주 차는 말 그대로 눈치 전쟁이었다. 각국은 비슷한 입장의 나라들을 규합하며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애썼다. 한국 대표단은 기고 발표를 통해 입장을 알렸으며 우리 측 수석대표는 더 많은 아군을 만들기 위해 수차례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2주 차는 전쟁 같은 기간이었다. 전파 규칙과 관련한 의제들이 너무 다양해 모든 이슈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렸다. 전날까지 반대하던 국가가 다음 날 회의에서는 찬성 발언을 하는 등 각국의 교섭 능력과 이해관계에 따라 상황이 수시로 바뀌었다. 3~4주 차는 WRC-23의 클라이막스였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슈들 때문에 새벽까지 회의가 여러 차례 진행됐다.
한국은 이번 WRC-23을 통해 이동통신, 항공·해상, 과학, 위성 등의 모든 분야에서 큰 성과를 이뤄냈다. 가장 큰 성과는 6G 후보 주파수대역 발굴이다. WRC-27에서 논의될 차기 의제 중 하나인 6G 후보 주파수대역 발굴에 대해 주요국의 관심은 뜨거웠다. 각 지역 기구 및 회원국에서 총 11개의 기고를 통해 23개의 대역이 제안됐으며 지난달 29일부터 1주일간 총 13번의 공식 회의 및 수차례의 비공식 회의가 열릴 정도로 강행군이 이어졌다. 이후 상위 그룹의 회의를 거쳐 23개 대역 중 한국이 제안했던 단 3개 대역만이 6G 후보 대역으로 최종 채택됐다. 국내 주파수의 효율적 분배와 산업체의 수요를 반영한 후보 대역 발굴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성과였다.
우리 정부는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한 데 이어 이번 WRC-23에서 6G 주파수 후보 대역 발굴에 성공하는 등 6G 글로벌 주도권 확보에 다각적인 노력을 해왔다. WRC-23 직전에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6G 비전’이 승인됐으며 우리 측은 해당 주파수대역에 대한 프리(pre)-6G 기술 및 연구 성과 검증의 단계를 거쳐 2030년께 6G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6G가 상용화되면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가상현실 등 다양한 6G 융합 서비스가 창출된다.
한국전파진흥협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내년 상반기 6G 민간 전문가의 ITU 파견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주파수 로드맵은 ITU 주요 회원국 주도로 추진되므로 이 같은 활동은 국가의 미래 전파 정책 수립과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이번 ITU 전파통신부문(ITU-R)에 최초로 민간 전문가를 파견하는 것은 한국 전문가가 글로벌 주파수 확보 경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파진흥협회는 WRC-27 준비단 발족, 국제 주파수 전문가 육성, 국제기구 네트워킹, 주요국 전파국장회의 개최 등 다양한 국제 협력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기고문은 한국전파진흥협회와의 공동 기획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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