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디스플레이나 철강·화학 등 주력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체감경기가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의 경쟁력에서 점차 밀린다는 위기의식이 커진 결과로 보인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의 업황 실적 BSI는 70으로 3개월 연속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장기 평균치 77에 못 미치는 수준일 뿐만 아니라 올해 2월(69) 이후 최저치가 이어지고 있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먼저 제조업 업황 실적 BSI는 70으로 전월과 같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과 반도체 장비제조 업체 실적 개선 등으로 기타 기계·장비가 9포인트나 올랐으나 반도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자·영상·통신장비는 1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반도체 가격 회복과 수요 증가 기대감에도 디스플레이가 부진한 영향이다.
화학물질·제품은 6포인트나 떨어졌다. 중국산 저가 화학제품 공급으로 인한 업황 악화에 스프레드마저 축소되면서 체감경기가 뒷걸음질 쳤다. 금속가공도 전방 산업인 건설 부문의 경기 악화로 가공 수요가 줄어들자 6포인트 하락했다.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은 전월 수준인 가운데 중소기업은 1포인트 올랐다. 내수 기업은 2포인트 오른 반면 수출 기업은 5포인트나 하락했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에 장비 등을 납품하는 기업들이 내수 기업으로 분류된 결과다.
비제조업 업황 실적 BSI는 1포인트 오른 70으로 조사됐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연말 예산소진을 위한 정보통신(IT) 컨설팅 등 수요가 늘면서 정보통신업이 4포인트 올랐다. 엔지니어링 사업, 사회간접자본(SOC) 설계 등 연말 수주실적으로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도 2포인트 올랐다. 다만 서비스업, 숙박업, 예술·스포츠·여가업 등은 일제히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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