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추진에 성과를 내는 국가의 정상들을 보면 남다른 점이 나타난다.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개혁 동력을 잃지 않는다는 점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리더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일정 부분 고통 감내가 불가피함을 솔직하게 알린다. 이를 통해 반대 여론을 무마하고 정면 돌파할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다. 얼굴색을 수시로 바꾸는 여론에 휘둘리기 바쁜 한국 정부가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대표 사례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꼽힌다. 그는 2017년 취임 이후 노동·공공·연금 개혁 등 구조 개혁을 잇따라 추진 중이다. 올 3월에도 수령 연령을 2년 늦추는 연금 개혁을 관철시켰다. 이 때문에 20~30%대 박스권 지지율에 그치고 있지만 개혁 작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첫 번째 임기 당시에도 노동·공공 개혁을 추진해 지지율은 현재보다 더 낮았지만 실업률(9.7%→7.3%)과 경제 개선으로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온상이던 그리스도 확연히 달라졌다. 2019년 집권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부채 감축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뒤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6%(2020년)에서 170%(2022년)까지 떨어졌다. 드라마틱한 결과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도를 투자 적격 등급으로 올렸다.
정치권의 협치로 경제를 본궤도에 올린 경우도 많다. 아일랜드는 노동계까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시작으로 법인세율을 24%에서 12.5%로 낮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의 반열에 올랐다. 최근 독일은 연방헌법재판소가 내년 예산을 위헌이라고 판결하자 연정 3정당이 협상 200시간 만에 합의해 문제를 풀었다. 사회복지 예산을 늘리자는 사민당, 기후 문제에 앞장서는 녹색당, 긴축에 찬성하는 자유민주당 등 가치와 이념이 다른 3개 정당이 각자 노선을 접고 위기 앞에 타협점을 찾은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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