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수출 기반 수주 산업인 조선업과 방산 분야는 올해 본격적인 ‘터닝포인트’가 됐다. 한때 조 단위의 적자를 기록한 조선사들이 일제히 흑자로 돌아선 첫해였다. 지난해부터 높은 가격에 수주한 선박들의 이익이 올해 잡히기 시작하면서 곳간에 돈이 차기 시작했다. 방산도 수출 국가를 크게 늘리며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가성비가 뛰어나고 납기 약속을 준수하는 등 호평이 이어지면서 우리 방산을 찾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최고가 수주 선박 이익 반영 시작…고가 친환경선 수주 다변화=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그룹에 인수된 한화오션(042660)은 올 3분기 연결 기준 74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로 돌아섰다. 12분기 만이다. 삼성중공업(010140)도 3분기 기준 196억 원의 영업익을 기록하면서 22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고 HD현대중공업(329180)도 올 1분기를 제외하고 2·3분기 모두 흑자를 보였다.
흑자 전환은 친환경 에너지 운반 수요가 늘어나면서 천정부지로 오른 선박 가격 덕분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신조선가지수는 176.61포인트로 지난 10년 이래 최고치다. 선박은 수주를 받고 공사를 시작하는 수개월 후부터 실적으로 잡히기 시작한다. 지난해부터 고가로 수주를 받은 선박에 대한 실적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잡히면서 조선사들이 잇따라 흑자로 돌아서는 이유다.
올해는 친환경 선박 수주의 ‘원년’으로 꼽힌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올해 메탄올 추진선을 25척을 수주했다. 메탄올 추진선은 기존 선박 대비 20% 안팎 더 비싸다. 미래 에너지로 분류되는 암모니아를 운반하는 선박도 발주가 늘어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4척을 6562억 원에 수주했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올해 처음으로 암모니아 운반선 2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조선소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결책도 속속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중국 하청 업체를 통해 선박 블록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비자 조건을 완화하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들어왔으며 내년께는 숙련도가 올라 생산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K방산 수출국 4개국→12개국…수출품도 6개→12개로=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전 세계의 지정학적 분쟁으로 지난해부터 방산 수출이 크게 늘어났는데 올해는 국가·무기 체계의 다변화에 성공했다. 우수한 품질, 저렴한 가격, 적시 납기 등 우리나라 방산의 장점이 빛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폴란드·필리핀 등 4개국이었던 수출 대상국은 올해 호주·핀란드·노르웨이·사우디 등 12개국으로 늘었다.
무기 체계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호주에 장갑차 ‘레드백’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24억 달러(약 3조 1500억 원) 규모로 국내 최초 수출형 무기 체계다. 당시 입찰에서 장갑차 선두 기업인 독일의 라인메탈의 장갑차를 제쳤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방산 기업들은 올해 인수합병(M&A)이나 투자를 통해 사업 체질 개선을 하는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LIG넥스원(079550)은 이달 미국의 사족 보행 로봇 기업인 고스트로보틱스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가 완료되면 회사는 군용 ‘로봇개’ 연구개발(R&D)도 확대한다. 한화오션도 북미 함정 사업을 위한 미국 내 조선소 지분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각 방산 기업들이 세계 최대 방산 국가인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미국에서 선택을 받으면 명실상부 글로벌 주요 방산 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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