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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은 없다" vs "정쟁용 악법"…'총선 블랙홀' 된 쌍특검

대통령실로 넘어간 선택권…거부권 행사할 듯

野, 수정안 제출하며 尹탈당 ‘경우의 수’ 차단

높은 찬성 여론 부담…‘한동훈 비대위’ 시험대

민주당도 수사결과 미진하면 '방탄' 비판 직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내년 처리키로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다룰 이른바 ‘쌍특검’ 법안이 28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총선을 100여 일 앞둔 정국도 시계제로에 빠졌다. 여야는 특검 통과가 총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이후의 상황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야권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수정안을 발의해 국민의힘이 ‘김건희 특검’ 추천에 관여할 수 없도록 했다.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은 특별검사 후보 추천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 내용에 ‘소속됐던’을 추가하면서 윤 대통령이 탈당하더라도 국민의힘이 야당이 되는 경우의 수를 차단한 것이다. ‘대장동 특검’ 또한 파견검사 수를 20명으로 원안보다 2배 늘렸다.

국민의힘은 ‘아주 나쁜 총선용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본회의 표결에 불참하는 대신 본회의장 앞에서 ‘정쟁용 특검’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총선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과 비전으로 당당하게 경쟁할 생각은 않고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신성한 국민주권을 교란하려는 생각부터 하는 것은 공당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민주당이 민생과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다면 국민도 민주당을 저버린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이에 맞서 야권도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며 정부 여당을 향한 공세수위를 높였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에게 ‘대장동 특검’ 수용을 요구하면서 한 말이다. 아울러 김 여사를 겨냥해 “법 앞에 성역은 없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여권의 ‘정략적 특검’ 공세에 “총선용 정쟁 운운하며 특검을 하지 말자는 소리는 참 뻔뻔하다”며 “대통령 부인이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대선 전부터 나왔다. (여권에서) 끌고 끌다 여기까지 왔는데도 또 거부하다니 정말 파렴치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지적했다.



헌법 제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가 가능하다. 지금으로서는 국민의힘이 112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재의결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재의 표결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총선에 출마할 국무위원들의 사퇴가 마무리되면서 공천 윤곽이 잡힐 경우 여당 내부 이탈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이 총선에 입후보하는 국무위원의 사퇴 시한인 다음 달 11일 이후로 표결 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와 상의해 표결 시점을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법에 대한 높은 찬성 여론도 정부 여당으로서는 부담이다. 서울경제신문과 한국갤럽이 이달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김건희 특검’ 찬성 응답은 67%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50억 클럽 특검에 대한 찬성 여론은 75%에 달했다(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중앙여심위 참조).

이는 결국 윤 대통령의 측근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에서는 한 위원장 취임 전부터 이어온 ‘김건희 호위무사’ 프레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과도한 여론전은 ‘특검을 정치적으로 악용했다’는 역풍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은 민주당으로서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총선 즈음 진행될 수사가 지지부진하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강행 처리하려던 계획을 다음 달 9일 본회의로 연기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여당이 진상조사를 위한 특조위 설치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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