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애플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에 최고 30%의 수수료율을 매기는 인앱결제(자체 개발한 시스템으로 결제하는 방식) 강제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규제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위원장이 공석이 된 데다 두 회사가 관련 자료 제출까지 미루면서 차질을 빚은 인앱결제 제재 절차를 재개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도 두 회사에 대한 규제가 확산하고 있다.
3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은 이번주 방통위에 인앱결제 강제 관련 시정조치안에 대한 의견 제출을 각각 완료했다. 앞서 10월 방통위는 두 회사의 인앱결제 정책이 2021년 9월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이른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위반한다는 사실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총 680억 원의 과징금 부과와 시정조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시정조치안을 상정·의결하기 전에 필요한 사업자 의견수렴이 마무리된 것이다.
의견수렴 기한은 당초 이달 6일이었지만 두 차례 연장됐다. 구글과 애플은 신중을 기해 의견 자료를 작성, 검토하고 미국 본사의 확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 분량 또한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의견을) 충분히 검토할 예정이라 (시정조치안을) 위원회에 상정하기까지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구글은 “시정조치안을 신중히 검토해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 애플은 “방통위의 사실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시정조치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인앱결제는 스마트폰 앱에서 유료 디지털 상품을 구매할 때 앱마켓이 자체 개발한 시스템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편리한 대신 앱 개발사는 이용자가 결제한 금액의 최고 30%를 앱마켓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구글의 ‘구글플레이’, 애플의 ‘앱스토어’ 모두 인앱결제만 제공한다. 국내외 개발사들은 이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앱마켓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가 카카오톡에 외부 결제 페이지로 접속되는 아웃링크를 넣었다가 앱 업데이트 승인이 거절돼 구글과 갈등을 빚은 일도 있었다. 향후 방통위의 시정조치가 내려지면 구글과 애플은 한국 앱마켓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지금의 인앱결제 정책을 변경해야 하며, 이 같은 요구를 반복적으로 따르지 않으면 이행 강제금이 부과되고 검찰 고발도 당할 수 있다.
마침 전날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방통위도 밀린 현안을 다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방통위는 이달 1일 이동관 전 위원장이 자진 사임한 후 이상인 위원장 직무대행 홀로 상임위원을 맡는 1인 체제가 되면서 사실상 안건 처리가 불가능했다. 김 위원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2인 체제로도 안건 처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취임사를 통해 “디지털 신산업 성장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고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이용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해외로도 확산하는 양상이다. 2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자국 정부가 구글과 애플이 자사 모바일 운영체제(OS)에서 외부 앱마켓과 결제방식을 허용토록 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두 회사가 인앱결제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앱 자체를 타사 앱마켓에서 유통하는 ‘사이드로딩’도 허용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애플은 iOS 앱을 오직 앱스토어에서만 유통하고 있다. 법안 내용은 내년 봄 정해질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인앱결제 관련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에픽게임즈가 인앱결제를 우회하는 결제시스템을 구축하자 구글은 포트나이트를 구글플레이에서 퇴출시켰다. 패소 직후인 이달 18일(현지시간) 구글은 또다른 소송의 원고인 미국 정부와 소비자들에게 합의금 7억 달러(약 9000억 원)를 지급하고 구글플레이 정책을 개방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구글과 애플을 포함한 빅테크 플랫폼을 ‘게이트키퍼’로 지정, 이들에게 자사 서비스 우대 등을 금지하는 포괄적 규제 ‘디지털시장법(DMA)’을 내년 봄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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