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042660)이 삼성중공업(010140)에 상선용 블록을 제작해 공급하며 대형 조선사 간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조선업계 인력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의 추격까지 거세지자 국내 조선사들 협업을 통해 위기를 넘겠다는 계획이다.
29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이날 삼성중공업과 약 500억 원 규모의 상선용 블록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오션이 납품할 블록들은 삼성중공업이 7월 아시아 선주로부터 수주받은 1만 6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6척 일부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상선 건조에 있어 국내 조선 업계 빅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간의 사실상 첫 번째 협업 사례다.
선박 한 척을 건조할 때는 블록이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가 들어간다. 따라서 블록을 통해 선박의 구조·설계 등 중요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상의 이유로 공유하는 사례는 없었다.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 업계의 인력난, 커져가는 중국의 의존도를 경계하는 상황에서 양 사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이 같은 결정이 나올 수 있었을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양 사 모두 거제에 조선소를 두고 있어 물류비 절감과 운송 시간에 따른 건조 기간 단축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수주 물량을 한 번에 건조할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블록을 제때 조달하기 불가능해지는 것을 대비할 수도 있다.
중국과 비교할 때 블록의 품질 차이도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손잡은 요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블록 하청 협력 업체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삼성중공업 역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수주와 관련해 초기에는 중국의 블록 제작 업체와 공급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품질 문제 등을 우려했다는 전언이다.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간의 협업이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는 여러 계열사를 보유한 HD한국조선해양과 비교해 규모가 더 작은 만큼 힘을 합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두 회사가 함께 블록을 생산해 배를 건조한다는 것은 선박의 설계도도 공유한다는 의미”라며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던 조선사들이 앞으로는 인력난, 중국의 거센 추격에 맞서 협력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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