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품을 중심으로 한 불법적인 판매 행태를 이어가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새해에는 어떻게 변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짝퉁 판매와 저렴한 가격에 힘입어 위상이 커졌는데 새해 물류창고 설립까지 현실화되면 국내 유통시장 침투력은 더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모바일 데이터 전문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애플리케이션의 지난달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707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유통 업체 중 쿠팡, 11번가에 이은 3위를 차지한 것이다. 특히 1년 전(343만명)과 비교했을 때 거의 두 배 늘어나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테무의 경우에도 11월 353만명으로 8월(51만명) 대비 사용자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중국 업체들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몸집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성장세가 사실상 불법적인 영업 행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고질적인 가품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날 기준 알리 홈페이지에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패션부문, F&F 등 국내 기업 브랜드를 모방한 가품들이 별다른 제재 없이 판매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30만원이 훌쩍 넘는 ‘갤럭시워치’ 시리즈를 모방한 상품이 3만원 안팎에 유통 중이다.
알리가 최근 가품 유통을 막겠다면 제시한 대책도 효과가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알리 측에서는 짝퉁 판매를 막기 위해 글로벌 브랜드명 검색을 금지했다. 유명 브랜드를 빙자한 가품의 고객 노출을 막아 판매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회로가 많아 유명무실하다. 예를 들어 ‘나이키’를 검색하면 제품이 뜨지 않지만 ‘남자 운동화’로 적용하면 노출되는 식이다. 특히 해당 검색어 차단에 국내 브랜드는 대다수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갤럭시워치’ 같은 검색어로 상품을 찾으면 짝퉁이 모두 나온다. 여기에 더해 알리는 이달 초 ‘프로젝트 클린’ 이라는 이름으로 지적재산관 방지를 위한 100억원 투자, 인공지능(AI) 알고리즘 활용 가품 배제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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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의 불법적 영업 행태가 이어지는 것은 당국은 물론 업계에서도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짝퉁 상품 유통을 막기 위해 IP 보호 제도를 갖춰야 영업이 가능한데 알리는 이런 시스템이 부족한데다 가품을 유통하는 중국 판매자를 규제할 방안도 없다. 또한 지재권을 침해 받은 기업 입장에서는 짝퉁 피해를 보더라도 중국에 진출해 물건을 팔고 있는 상황이라 정식으로 항의를 하기가 힘들다. 자칫 잘못하면 더 큰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짝퉁 피해를 언급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알리가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인 만큼 중국 시장에서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가 내년 한국 시장에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도 초미의 관심사다. 알리가 국내에 물류센터를 지어 더 빠른 배송을 가능하게 하면 이커머스 시장이 한 번 더 크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물류센터 설립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정해진 수순 이라는 전망이 많다. 물류센터를 국내에 두고 운영하게 되면 가격 경쟁력은 물론 빠른 배송이란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의 독주 체제를 위협할만한 강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와 관련해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이달 초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아직 고민 중에 있다”면서도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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