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전년보다 30% 늘어난 40만 대 안팎의 전기차 판매를 계획하고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최근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지난해 목표 달성마저 어려운 상황이지만 판매 목표를 확대해 나가는 기존 전략을 고수하고 시장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올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 높은 ‘반값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시장점유율 확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1일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국내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IR) 행사에서 올해 전기차 판매 성장률로 약 30%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26만 4329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주요 전기차 모델의 할인 행사를 진행한 지난해 12월 판매량을 감안하면 연간 기준 약 3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전년 대비 30% 성장률을 적용하면 판매 목표량은 4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다만 “올해 구체적인 판매 목표량을 현재 단계에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전동화 전환 시기에 ‘퍼스트 무버(선도자)’를 자처하며 전기차 판매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2020년 10만 9654대를 기록한 현대차의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14만 355대, 2022년 21만 5253대로 2년 새 두 배 급증했다. 2026년에는 94만 대, 2030년에는 200만 대로 판매량을 더 늘리겠다는 목표다.
현대차가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공격적인 판매량을 제시했지만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1월까지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량(26만 4329대)은 전년도 연간 판매량(21만 5253대)을 이미 넘어섰지만 목표량(33만 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기차 판매 비중은 6.8%로 목표치인 8%를 밑돌았다. 현대차와 함께 대표 그룹사인 기아도 지난해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만 6667대의 전기차를 팔아 목표(25만 8000대) 대비 80.1%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는 올해 중저가 전기차를 통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고금리 여파로 구매 비용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전기차가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경차 열풍을 이끈 캐스퍼 전기차는 이르면 7월쯤 국내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이 차량은 보조금 적용 시 2000만 원대 가격으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등 신흥시장을 겨냥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크레타 전기차의 출시 시기는 2025년에서 내년 말로 앞당긴다. 업계에서는 전동화 전환을 위해 첫 걸음을 뗀 신흥시장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기아도 올해 소형 SUV인 EV3와 준중형 전기 세단 EV4를 출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도 올해 전기차 판매 성장을 위한 주요 과제로 가격 경쟁력 확보를 꼽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에서 계획한 대로 내년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이 준공되면 하반기에는 1000만 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으며 판매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며 “테슬라나 중국 전기차 업체를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가격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 개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판매를 위한 과도한 인센티브는 줄여 나갈 방침이다. 무분별한 할인 정책은 자칫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에 따른 수익률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전용 전기차에 더해 파생 전기차 모델을 운영하고 생산 원가를 절감하는 등 세부 전략을 이행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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