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으로 4m의 지표 융기가 일어난 것으로 관측됐다. 건물 붕괴와 화재가 잇따르며 사망자는 2일 오후 3시 30분 기준 48명까지 늘었다.
일본 국토지리원은 지구관측위성으로 진원 주변의 지진 전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시카와현 와지마시에서 최대 4m(잠정치)의 지표 융기와 지각의 1m 서쪽 이동을 관측했다고 이날 밝혔다. 위성항법시스템(GPS) 관측 데이터 분석에서도 와지마시의 지각 기준점이 서쪽으로 약 1.3m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고 아나미즈마치는 서쪽으로 1m, 스즈시는 서쪽으로 80㎝, 나나오시 노토지마는 북서쪽으로 약 60㎝ 이동한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이들 수치는 잠정치여서 향후 해석 결과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번 지진의 규모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9.0)보다는 작지만 1995년 1월 한신대지진(7.3)보다 컸다. ‘7.6의 위력’에 이시카와현 곳곳이 마비됐다. 가옥 붕괴, 화재, 도로 함몰 등이 잇따랐고 현내 3만 2400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으며 다수의 병원·요양원에도 정전·단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오후 3시 30분 기준 48명이 사망한 가운데 건물 붕괴 피해가 심해 부상자도 증가하고 있다. 반면 일부 지역은 도로 단절로 구조 작업은 물론 지원 물자 전달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헬기·함정 투입을 시사하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관저에서 개최한 비상재해대책본부 회의 직후 노토반도의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 같은 계획을 언급하는 한편 신속한 피해자 구출 및 물자 지원을 당부했다.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도 “육로를 통한 접근이 곤란한 지역에는 공중 기동력을 적극 활용하고 함정을 통한 해상 접근으로 구명·구조, 생활 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3만 2000여 명이 대피소로 이동한 가운데 피난민 규모는 더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발령됐던 지진해일(쓰나미) 경보·주의보를 해제했지만 앞으로 1주일간은 최대 진도 7의 추가 지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경계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전날 운행이 중단됐던 신칸센 일부 노선은 재개됐지만 당분간은 편수를 줄이기로 했으며 몇몇 특급 노선은 여전히 재개 계획이 잡히지 않았다.
지진 발생 지역에는 시가 원전(2기)과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6기) 등 원자력발전소가 다수 밀집돼 있으나 지진으로 인한 영향은 없었다고 일본 정부가 밝혔다. NHK에 따르면 1일 지진으로 이시카와현에 있는 시가 원전 1·2호기의 사용후핵연료 냉각 시설 변압기 배관이 파손돼 각각 3600ℓ, 3500ℓ의 기름이 누출됐다. 시가 원전은 가동이 중단된 상태지만 냉각 시설은 변압기로 외부에서 전기를 받아 돌려왔다. 원전 측은 변압기 복구를 검토 중이며 비상용 발전기로 7일분의 연료가 확보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으로 1·2호기의 폐연료 저장소에서 오염수가 바닥으로 각각 95ℓ, 326ℓ 흘러넘쳤으나 유출 없이 건물 내에 머물러 외부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역시 가동이 중단 중인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2·3·4·6·7호기(니가타현)에서도 연료 저장소에서 물이 넘쳤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결론이다.
한편 지진의 여파로 이날 예정됐던 왕실 ‘신년 일반참하’도 취소됐다. 일반참하는 새해 일본 왕실이 왕궁을 찾는 대중에게 베란다 유리창 너머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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