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에 인공지능(AI)이라는 키워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17년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역사적 대국이 1년 전인 2016년 3월에 치러졌기 때문이다. AI가 인류의 삶을 통째로 바꿔버릴 수 있다는 기대감과 공포가 CES의 문을 열어 젖힌 것이다.
서울경제신문과 뉴미디어 스타트업인 더밀크는 CES 2024를 관통하는 메가 트렌드로 ‘모든 것이 다 AI로(everything on AI)’를 선정했다. 가전이나 모빌리티와 같은 핵심 산업들이 서로 분리돼 있었다면 올해부터는 모든 산업이 어떻게 AI와 융합하느냐를 두고 생존을 건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CES에 참석하는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3일 “현재 AI 경쟁 최선단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어떻게 각 산업과 융합하는지, 또 자체적으로 AI를 개발한 기업들은 어느 정도나 성능을 끌어올린 것인지가 모든 기업인들의 최대 관심사”라며 “AI 경쟁에 뒤처져 공포를 느끼는 중소·중견기업도 많은데 어떤 기업들이 이들을 위한 B2B 솔루션을 내놓느냐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의 후방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AI가속기(AI반도체)의 개발 상황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불꽃 튀는 경쟁도 이번 CES에서 놓칠 수 없는 관심 분야다.
‘로봇 전환’도 주목할 키워드다. 캐나다 스타트업인 SJW로보틱스는 올해 사람이 없어도 9㎡ 공간 위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판매하는 로봇으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현대차·두산로보틱스 등도 다양한 로봇 솔루션을 소개할 예정이다. 휴머노이드형 로봇을 넘어서 올해는 로봇이 AI와 융합해 인간의 업무 효율을 개선하는 제품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에코(eco·친환경) 모빌리티’도 트렌드다. 역대 최대 전시장을 꾸린 현대차는 소프트웨어중심차(SDV)와 관련해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하고 LG이노텍 등 부품 기업들이 전장 특화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의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기업들의 대응 전략 변화가 나타날지 여부도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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