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크리에이터 레오제이와 김습습을 키워내 잘 알려진 국내 인터넷방송 기획사(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레페리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최대주주인 트레져헌터는 지난 2021년에도 보유 지분 매각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후 이번에 재무적투자자(FI) 지분까지 함께 파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레페리는 최근 회사 경영권 매각을 재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원매자를 물색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트레져헌터 보유 지분(29.78%)과 창업자 이자 2대주주인 최인석 의장 지분(16.45%), 재무적 투자자 지분을 포함한 회사 지분 전량이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매각가는 1000억 원 수준이다. 매각 측은 경쟁 입찰을 거치지 않고 수의 계약 방식으로 거래를 추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MCN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를 지원 및 관리하는 회사를 말한다. 주로 유투브와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을 통한 인플루언서들의 마케팅을 돕는다.
창업자인 최인석 의장은 국내 1세대 MCN 산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2013년 레페리를 설립해 한국을 대표하는 뷰티 크리에이터 레오제이(구독자 수 119만 명)와 에바(68만 명), 김습습(70만 명) 등을 직접 발굴해 키웠다. 지금까지 육성한 크리에이터는 1000명이 넘는다. 현재 소속된 크리에이터는 약 4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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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페리는 가파른 성장세를 인정받아 2015년부터 신한금융투자·아주IB·NH투자증권·GS홈쇼핑·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꾸준히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뷰티 부문 MCN 업계 1위 사업자로 평가받는다.
최 의장은 2015년 또 다른 MCN 사업자 트레져헌터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며 최대주주 지위에서 내려왔다. 이후에도 대표이사직을 유지해왔던 최 의장은 지난해 상임 경영 이사회 체제를 구축해 이사회 의장직에 오르면서 이커머스 플랫폼 29CM 출신 김소연 대표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대주주인 트레져헌터는 기업가치 2000억 원을 목표로 'MCN 1호' 상장을 추진했다가 중도 철회한 바 있다. 트레져헌터는 2021년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레페리 지분을 매물로 내놨지만 매각에 실패했다.
이번 매각 대상에 트레져헌터 보유 지분에 더해 최 의장을 포함한 FI 지분도 함께 포함되면서 원매자 찾기가 한층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분율이 30%가 채 되지 않는 트레져헌터 지분만 인수하면 경영권 지분을 확보했다고 하기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에 지분 전량이 매물로 나온 만큼 원매자들이 새롭게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레페리는 코로나 19 여파로 광고 수주가 줄어들면서 2020년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듬해 바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2년 회사의 매출은 232억 원, 영업이익은 4억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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