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241560)이 주력 시장인 북미 지역에 두산(000150)을 뗀 '밥캣 지게차'를 출시했다. 북미 소형 건설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밥캣 브랜드의 인지도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물류장비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여가겠다는 전략이다. 과거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쟁사에 팔았던 지게차까지 드라이브를 걸면서 잃어버렸던 건설기계 부문의 명성을 완벽히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1일부터 북미와 유럽 법인을 통해 밥캣 브랜드를 입힌 '밥캣 지게차'의 판매를 시작했다. 두산 지게차에 밥캣의 로고와 시그니처 색상을 입힌 것으로 2톤~16톤 디젤 지게차와 2톤~7톤 액화석유가스(LPG) 지게차, 1.2톤~10톤 전기 지게차 등이 포함됐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밥캣의 마케팅 노하우와 광범위한 딜러 네트워크를 활용해 북미 지역 지게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밥캣은 북미에 1500개 이상의 딜러망을 확보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2021년 두산에서 두산산업차량을 인수하면서 지게차 등 물류장비 시장에 진출했다. 두산산업차량은 1968년 국내 최초로 지게차 생산을 시작한 회사로 국내에서 50%에 이르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두산밥캣의 품에 들어온 후에는 두산밥캣과 영업, 마케팅, 연구개발(R&D) 등에서 협업하면서 성장폭이 더 커졌다. 두산사업차량의 2022년 매출은 약 1조 3000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비슷한 수준을 달성해 최대 기록을 갈아 치울 전망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두산밥캣의 텃밭인 북미 시장에서 밥캣의 타이틀로 지게차를 판매하며 글로벌 점유율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 분야 전문조사기관인 옐로테이블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건설기계 업계 11위로 전년 대비 3단계 상승했다. 지게차 사업 인수로 크게 뛴 것이다. 올해 북미 시장 공략까지 더해지면 글로벌 톱 10 진입도 노릴 만 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호황을 누렸던 북미 건설기계 시장은 올해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진행 중이고 내년까지 다수의 리쇼어링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은 대부분의 매출이 북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북미 주도의 사이클이 진행되는 현재 가장 수혜를 받을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두산밥캣은 소형 건설장비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지게차, 농업·조경용 장비까지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어 경기 사이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밥캣 지게차 출시에 이어 두산밥캣은 오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서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주행하는 무인 잔디깎이 장비를 선보인다. 이후 연내 시장에 출시해 농업·조경용 장비 시장 공략에 나선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기존 소형 장비를 비롯해 지게차(물류장비), 농업·조경용 장비, 부품 및 어태치먼트 등 4개 사업군에서 각각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며 “첨단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으로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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