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여성기업법’이 제정된 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성기업을 경제 주체가 아닌 사회적 약자로 바라보며 지원에만 치중된 정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여성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려면 정확한 데이터로 실체를 파악한 후 현장 수요를 파악해 경쟁력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정한(사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은 4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여성기업 지원 정책 발굴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여성기업에 대한 연구를 전담하는 기관은 여경협이 2019년 설립한 여성경제연구소가 유일하다. 하지만 규모가 너무 작고 예산도 적어 기본 조사에만 그치고 있다. 이 회장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기업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과 특성을 파악해 지원제도와 연결해야 제도의 효용성이 높아진다”면서 “인구 절벽에 따른 노동 인력 감소의 대안이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여성의 기술 창업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남성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최근 7년간 기술 기반 창업 기업 증가율은 여성이 남성 보다 3.5배나 높았지만, 절대적인 기업 수를 보면 여전히 남성 기술 기반 창업 기업 수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이 회장은 “여성은 취업이나 창업을 하더라도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 개인의 능력과는 별개로 경력이 단절되는 현실적인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의 제도적·문화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기업계의 숙제 중 하나는 식음료·숙박·부동산 등 일부 업종 편중 현상을 개선하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여성 중소기업의 65.7%는 도소매·부동산·숙박음식점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를 개선하려면 여성 인재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교육이 마련되고, 여성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우수한 여성 인재가 배출되고 있지만 창업을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지난해 실시했던 ‘미래여성경제인육성사업’처럼 여학생들이 창업을 꿈꾸고, 더 나아가 미래 여성경제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험과 발판을 마련해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여성기업을 육성해야 할 또 다른 이유로 높은 여성 고용 기여도를 꼽았다. 여성기업 수는 매년 꾸준히 늘어 2021년 기준 314만 개에 달한다. 전체 기업의 40% 수준에 육박한다. 특히 여성기업들은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여성기업의 여성 근로자 고용률은 남성기업의 2.3배에 달한다”며 “경쟁력 있는 여성기업이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여성 일자리가 창출되고 더 나아가 고용 안정까지 보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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