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에 찔린 뒤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119헬기를 타고 이송된 것과 관련, 의사단체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는 모양새다. 졸지에 ‘고난도 수술 실력이 떨어지는’ 지역으로 전락해 버린 부산광역시 의사회에 이어 서울특별시·광주광역시 의사회도 민주당을 향해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의사회는 5일 ‘이재명 대표 헬기 특혜이송,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지역의료 붕괴 문제 해결과 거리가 먼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통과시킨 야당 대표가 위급 상황에서 지역 최고 중증외상센터의 치료를 외면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헬기 이송된 것은 의료전달 체계를 뛰어넘는 선민의식과 내로남불 형태”라며, 즉각적인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시의사회가 전일(4일) ‘이 대표의 헬기 특혜 이송이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 전달체계를 짓밟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며,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반하는 구급차나 헬기 이송은 환자가 전액 비용을 부담하는 원칙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광주광역시 의사회도 이날 ‘공정과 기회 박탈, 특권의식의 정석,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테러나 폭력은 어떠한 이유든 정당화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면서도 “피습 이후 이송 및 치료과정에서 발생한 상황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국내 응급의료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지역 상급 종합병원 및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어야 하고, 환자 혹은 보호자의 전원 요구가 있을 경우 일반 운송편을 통해 연고지 병원으로 이송돼야 하는 게 원칙이라는 이유에서다.
의사회에 따르면 이 대표의 응급처치를 담당한 부산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평가에서 4년 연속으로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는 등 외상 치료에서 손꼽히는 병원이다.
이들은 “국가가 인정한 대한민국 최고수준 외상센터에서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의사가 없거나 집도할 의사가 다른 일정으로 즉시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었고 오히려 수술 준비까지 되어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돌연 서울로의 전원을 요구했다. 특권의식에 몰입된 행동”이라며 “다른 응급 환자가 헬기를 이용할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지역 의료를 살려야 함을 강조하고 지역의사제와 지역 공공의대 설립을 입법 추진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본인들도 지키지 못할 말뿐인 정책이라는 것을 전 국민에게 알린 셈”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가짜뉴스 운운하며 핑계만 대는 일을 중단하고 의료인을 포함한 전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역이나 정치, 진영을 떠나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과 의사인력난을 해결하겠다며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던 정치권이 실상은 ‘특권의식’에 젖어있다는 민낯이 드러났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자칫 사건의 진원지인 부산을 넘어 지역의사회 전체가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병원에 근무 중인 현직 의사는 한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글에서 “급성 담낭염 환자에게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데 지방이라 (수술을) 안 받겠다며 서울로 전원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환자가 원해서 전원을 가는 경우 사설 구급차를 타는 게 원칙인 데도 돈을 내지 못하니 구급차를 불러달라는 식의 요구에 시달렸다”며 “이재명이 참 안 좋은 선례를 남겨서 한동안 서울쪽 전원 구급차로 보내달라는 사람들을 설득할 생각을 하니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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