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환경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해 왔다. 같은 작용이 미래에도 적용될 것이다. 불완전하면서도 진취적인 본성이 환경에 적응하면서 인류 역사를 만들었다. 인간이 완전했다면 스스로의 상태에 만족하며 지금 같은 변화를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
미래학자이자 인공지능(AI) 전문가인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신간 ‘미래의 기원’을 통해 빅뱅에서 AI까지 인류의 역사를 서술하며 미래에 대해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자연환경의 도전에 대한 응전의 역사를 살아온 인류가 지금까지 잘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 잘할 것이라는 취지다.
책은 인간이 적극적인 자유의지로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주장에 초점을 둔 일반 분석서와는 달리 자연적·시대적 환경과 이에 대한 인류의 반응, 그 관계성에 주목하고 있다. 저자는 “인류가 역사 과정에서 나약하지 않았다면 현재와 같은 위대함도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다른 동물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서도 성공적인 선택을 한 진화 과정을 강조한다.
저자는 138억 2000만 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처음 만들어지고 46억 년 전 지구가 태어났다는 우주론적인 고찰과 함께 생명체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우주에서 왔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어 우주와 지구에서 생긴 물리적 변화, 대기 변동에 따른 생명체의 출현과 인류의 진화 과정, 자연 변화와 함께한 문명 발달, AI의 출현으로 또 다른 변환기를 맞고 있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살펴본다.
인류는 왜 불완전하고 불안정할까.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우주 만물에 일어나는 모든 변화의 핵심은 ‘전자’에 있다. 전자는 가볍고 작으며 원자의 외곽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동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물질 속에 균일하게 분포하지 못하고 전기적 불안정성을 띤다. 인간의 행동을 포함해 세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은 물질이 갖는 전기적 불안정성에 기인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전자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안정된 상태로 이동하려는 경향성을 보인다. 저자는 이런 전자의 특성을 인류에 대입한다. 약하고 미숙한 불완전한 상태에서 태어나 거친 환경을 극복해나가며 문명을 이룩해냈다는 점에서다. “인류는 2500년 전 처음 도시에서 살기 시작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협동 생활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생존 방식이 약육강식에서 상호 공존으로 바뀌었다”면서 “오늘날 우리도 이들 선각자들이 제시한 삶의 방식과 사상의 틀 속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세상의 시작’에서는 우주, 태양, 지구의 변화 과정과 ‘전자’의 동적 에너지, 지구 기온과 대기 변화 등이 빅뱅부터 지금까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분석한다. 2부 ‘인간의 시대’는 현대 인류 사회를 형성한 근대 5대 혁명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3부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살펴본다. AI를 비롯해 유전자편집, BC(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 신기술이 인류 사회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과거에도 그렇고 미래에도 핵심가치가 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짚는다.
저자는 “과거 휴머니즘을 통해 인간성을 고양했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질서를 세울 휴머니즘 2.0이 필요하다”며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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