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책 리뷰 인스타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인스타그램 공간에서는 ‘책스타그램’이나 ‘북스타그램’으로도 불린다. @mybookmemo라는 계정이다. 본명 대신 ‘정현’이라는 필명으로 운영한다. 나의 페르소나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에서는 아날로그적 정체성보다는 디지털 이름, 그러니까 디지털 정체성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좋다.
인스타그램은 꽤나 감성적인 공간이다. 그런 곳에서 ‘중후장대’한 독서 담론을 펼친다는 건 늘 부담이다. 가장 인스타그램적인 책 이야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늘 고민하는 주제다. 그래서 감각적이고 감성적으로 접근하려고 애를 쓴다. 행여 포스팅이 지루하거나 무겁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더 가볍게, 더 간결하게, 더 눈에 띄게 리뷰 콘텐츠를 만들려고 고심한다. 얼마 전부턴 그런 노력의 하나로 문답형 리뷰를 시도해 봤다. 묻고 답하기다. 다음은 책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읽고 포스팅을 한 리뷰 글이다. 일부분을 옮겨 본다.
어느날 스타벅스에서 다산과 마주 앉는다면 무엇을 물어보게 될까? 신간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상상을 하게 됐다. 지금까지 읽은 다산 관련 책 중에서 어쩌면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장 진솔하게 잘 드러내 준 책이 아닌가 싶다. 책 내용을 발췌해 재구성해 본 ‘가상만남’이라고 할까. 첫 질문은 이렇게 시작해 보고 싶었다.
Q. 귀양길에 오르던 날 무슨 생각이 들던가요.
A. “아득한 바닷가 대나무 숲에 멈추더군요. 나에게 물었지요. ‘자네는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는가. 여우나 도깨비에 끌려서 온 건가’”
Q. 무엇 때문이라 생각했나요.
A. “나를 잘못 간직했다가 나를 잃었구나 생각했지요. 어린 시절 과거가 좋게 보여 공부에 빠져 지낸 세월이 10년, 조정에 나가 검은 사모에 비단 도포 입고 미친 듯이 큰길을 뛰어다니던 세월이 12년.. 승승장구했던 그 시간이 결국은 나를 잃어버린 시간이었더군요.”
Q. ‘잃어버린 나’는 어떻게 찾게 됐나요.
A. “나에게 닥친 고난을 기회로 삼았습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는 몸을 바로 세우고, 내가 해야 할 일,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일에 집중했지요. 맹자의 이 말씀 ‘하늘이 장차 그에게 큰 사명을 내리려 할 때는 하고자 하는 일을 어긋나게 함으로써, 그가 더 큰 일을 할 수 있게 한다’ 이 말씀을 늘 곱씹었지요.”
Q. 귀양지에서 나를 추스르기 위해 어떤 책을 읽었나요.
A. “나는 ‘심경’으로 마음을 다스렸고, ‘소학’을 통해 몸으로 실천했습니다. 특히, 소학을 통해 수신(修身)을 실천하면서 내 삶의 의미와 가치가 학문에 있고, 오직 집필을 통해서만이 삶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됐지요.”
Q. 요즘 사람들에게 인생 지침으로 한 말씀 해 주신다면?
A. “도덕경의 말씀 중에 ‘신중하라, 한겨울에 내를 건너듯이. 두려워하라, 사방에 에워싸인 듯이’ 이런 구절이 있지요. 나도 잘 나가던 시절에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설쳐댔던 것같은데, 그로인해 인생말년에 귀양살이라는 큰 화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도덕경의 이 구절을 본따 나의 호까지 '여유당'으로 지어, 세상을 더욱 신중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랬었구나. 그와의 스타벅스 만남이 실제 일어난다면 그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일단, 깐깐할 것같다. 그리고 지적일 것같고 어쩐지 세련된 모습에 고난을 헤쳐 온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그도 눈빛이 매우 깊은 그런 인물일 것같다. 신간 ‘다산의 마지막 습관’ 덕분에 상상이지만 다산을 만난 것같은 ‘작은 들뜸’ 한번 경험해 본다.
그간 책 리뷰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면서 뜻밖에 얻은 소득이 여럿 있었다. 무엇보다 디지털 친구가 많이 생겼다. 인스타그램 세계에선 '인친'이나 '인님'으로도 불린다. 디지털 공간에서 사귄 새로운 친구들이다.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지만 늘 안부를 주고 받는다. 먼 친척보다 더 각별한 사이다. 말그대로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사촌’이다.
디지털 친구들과 관계를 잘 쌓기 위해 매순간 노력한다. 가급적 먼저 ‘디지털 행동’을 한다. 먼저 ‘좋아요’를 누르고, 먼저 댓글을 남긴다. 나의 포스팅에 좋아요를 남기면 나도 찾아가 좋아요를 남긴다. 나의 리뷰 글에 댓글을 남기면 반드시 답글을 남긴다. 행여 말이 많아질까봐 상대가 남기는 댓글 분량만큼, 혹은 한 두 자 적은 분량만큼만 남긴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소통은 과유불급이 최선이다. 말이 많으면 기피대상이다. 지나치게 적극적이어도 그렇다. 적당한 거리를 지키는 센스가 참 중요해 보인다.
디지털 친구는 ‘부담’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조심스럽다. 그래서 더욱 배려하고, 마음을 많이 쓰게 된다. 상대가 올린 리뷰에 정성껏 공감을 보내면서 서로를 북돋워 준다. 서로 주고 받는 공감의 댓글 하나 하나가 나를 고양시키고, 나의 존재감을 확장시켜 준다.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 수를 늘리고, 좋아요 수를 높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것도 필요한 일이겠지만, 나의 존재감을 키워주고 나의 정신을 윤택하게 해주는 이런 소통 자체가 참 좋고, 행복하다.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도 디지털 공간에서 생면부지의 낯선 이들과 인사를 건네고, 친구를 맺고, 공감의 댓글을 주고 받는 그런 행복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싶다. 그런 긴장감으로 세상을 더 많이, 더 넓고, 더 깊게 이해해 보고 싶다. 이것이 새해에도 변함없이 ‘책 리뷰 인스타그램’을 운영해보려는 이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