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4에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연예계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화제성을 위한 ‘얼굴마담’이 아니다. CES 주최사 소비자기술협회(CTA)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문화 혁신을 알리는 한편 문화의 힘을 빌어 자칫 기술에만 집중돼 고루해질 수 있는 CES의 이미지에 신선함을 더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CTA에 따르면 CES 2024 공식 개막 전야인 8일(현지 시간) 열리는 총 48개 간담회·콘퍼런스 중 총 9개가 엔터테인먼트·스트리밍·미디어 관련 행사다. 이중 ‘가상 인간 : 할리우드 CGI부터 생성형 인공지능(AI) 비디오와 챗봇까지’와 ‘할리우드의 몰입형 수익화=실시간 AI + 광고 + 메타버스’ 2개는 직접적으로 할리우드 영화·TV 산업과 AI의 결합을 다룬다.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를 소재로 한 콘퍼런스와 세션은 공식 개막 이후에도 이어져 CES 2024에서 총 44개의 관련 행사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술·스포츠 분야 셀러브리티의 등장도 예정돼 있다. 마케팅·엔터테인먼트·미디어·콘텐츠 트렌드를 소개하는 ‘C스페이스’에는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힙합 뮤지션 티 페인, 전 NBA 농구선수 블레이크 그리핀 등이 참석을 확정했다. 블랙아이드피스의 리더 윌아이엠과 뉴욕 한식음식점 ‘목바’ 오너셰프 에스더 최 등도 참석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드래곤이 CES 2024를 찾는다. C스페이스는 셀러브리티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스냅챗’ 개발사 스냅 공동창업자 에번 스피걸도 참석해 키노트를 진행한다. 테크계 ‘구루’와 엔터테인먼트계 거장들이 한 무대에 서는 셈이다.
이는 대중문화 전반에 AI가 빠르게 녹아들고 있음을 상징한다. 최근 영상물에는 컴퓨터그래픽(CG)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빅데이터는 광고와 마케팅 분야를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 생성형AI의 대두는 AI가 배우·작가·작곡가와 가수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는다. 실제 지난해 할리우드 작가·배우 노조는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에 장기간 파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문화와 기술의 융합은 CES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사실 CES에 앞서 2003년까지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 전시회 자리를 지켰던 행사는 같은 자리에서 열려왔던 ‘컴덱스’다. CES는 가전에서 IT 전반과 자동차·헬스케어·푸드테크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세계 최대 전시회라는 현재의 지위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지속적인 변화와 수혈 없이는 CES의 자리도 영원할 수 없다는 인식에 문화로 영역 확장에 나서는 것이다. 실제 매년 3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복합문화전시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는 문화를 중심으로 기술을 더해 Z세대를 중심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급속도로 성장해 CES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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