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사업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비주력 사업을 물적분할해 카카오의 정보기술(IT) 솔루션 계열사 디케이테크인에 넘길 예정이다. 카카오웍스 등 IT 솔루션을 떼어내고 중점 사업으로 낙점한 클라우드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관련 인력 축소 등을 이유로 카카오의 솔루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IT 업계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달 1일 물적분할을 단행해 신생 법인 KEP를 출범시켰다. KEP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영문 줄임말이다. 분할된 사업에는 음성 AI 비서 ‘헤이카카오’, 업무 협업툴 ‘카카오워크’, 챗봇 서비스 등이 포함됐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르면 오는 3월 KEP를 디케이테크인에 인수합병시킬 계획이다. 디케이테크인은 카카오의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중심으로 IT 솔루션을 공급하고 시스템통합(SI)을 제공하는 계열사다. 그동안 여러 계열사에 걸쳐있던 IT 솔루션 개발 기능을 디케이테크인으로 재편해, 계열사간 업무 협업 및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사업 전문성을 제고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회사는 이번 사업 이관에 앞서 지난해 6월 박준석 디케이테크인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자사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 바 있다. 양측의 사업을 잘 파악하고 있는 최 CFO의 역할로 KEP를 통한 사업 이관이 한층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물적분할 대상이 된 사업을 이끌어 온 인력들은, 이미 분할 전부터 디케이테크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수인계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번 물적분할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사업 재편과도 궤를 같이 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그 동안 서비스형인프라(IaaS)를 중심에 두고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해 왔지만 경쟁자들에 밀려 분명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사업 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실제 지난해 5월 검색과 클라우드 부문에서 각각 출범한 사내독립기업(CIC)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했으며,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해 인력 30% 가량이 회사를 떠났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업 이관 과정에서 분리된 솔루션 사업이 향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지에 물음표를 제기한다. 비주력으로 분류된 해당 사업 인력들이 구조조정으로 대폭 줄어든데다, 물적분할 과정에서도 관련 인력들이 회사를 떠나 인력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대로 사업 재편과정에서 진행된 인수인계에도 회사는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웍스, 헤이카카오 등은 그동안 시장에서 경쟁 상품에 밀리거나 사업·기술 환경 변화로 경쟁력이 약화된 서비스기도 하다. 카카오워크는 공공시장 진출을 위한 필수 관문인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과정을 취소했으며,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시장 역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워크 같은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는 연계된 서비스도 많고 복잡해 운영유지에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 투입이 필수”라며 “이같은 서비스의 운영 인력을 줄이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며 앞으로는 서비스를 유지·보수하는 수준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측은 “이번 분할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서비스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클라우드 및 비클라우드 사업들을 분리해 모든 서비스가 성장할 수 있는 호나경을 만드는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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