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흉기 피습 사태는 국민을 양극단으로 내몰아 증오와 갈등을 부추긴 대한민국 정치권이 초래한 결과다. 선거 승리를 위해 상대 정치 진영을 적대시하며 극한 대결로 유권자를 갈라치려 한 정치권이 부메랑을 맞은 셈이다. 세계사를 되짚어보면 국민을 분열시킨 정치는 망국을 초래했다. 혐오 정치를 종식하기 위한 방안을 시리즈로 다뤄본다.
증오와 혐오를 부르는 극단적 정치 문화가 결국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뻔한 ‘유혈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정치권에서 상대를 적대시하는 언어를 듣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장면이 아니다. 문제는 90여 일 앞에 남은 총선이다. 박빙의 승부가 이어질수록 혐오의 단어와 행동들이 ‘네거티브’라는 이름으로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여야 지도부는 이 대표 피습 사태 직후 ‘막말 시 공천 불이익’ 등을 시사하며 당내에 언행 주의보를 내렸다. 다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극단적 정치 대결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혐의와 극단의 정치를 영구 퇴출시킬 장치를 국회 및 정당 차원에서 시스템화(제도화)하고 시민단체도 이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내가 배웠던 정치는 이러지 않았다.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만들고 부추긴 증오와 분열이 정치를 폭력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이 대표 흉기 피습 사건 이후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서 의원은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토론하고 설득해야 할 자리에 증오와 분열이 들어서면서 정치의 본령이 사라졌다고 개탄했다.
정치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슈를 기점으로 혐오의 정치가 대중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권을 잡기 위해서, 상대 진영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초강력 대응과 언행을 서슴지 않는 극단의 대결주의가 이때를 기점으로 확산된 것이다. 심지어 현역 국회의원이 부정선거와 같은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정치권이 상대를 악마화하는 것은 물론, 공격하는 모습으로까지 진화했다”며 “혐오의 정치가 이전보다 훨씬 더 심각해졌다”고 우려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대립과 갈등이 너무 심해지다 보니까 이제는 상대를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생각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적으로 생각하고 증오하고 배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우선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증오의 정치에 과몰입하는 상황을 막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국민 분열과 혐오적 언행을 빈발하게 일삼는 정치인은 당적에서 퇴출하는 ‘삼진아웃제’ 등을 비롯해 경종을 울릴 만한 선언적인 행동이 동반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여야 지도부 차원에서 ‘신사협정’을 맺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더해 한 중진 의원은 “형식에 불과한 선언보다는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신사협정을 넘어선 실효적인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인의 극단적 언행 전력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의정 활동 평가 체계를 손질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국회 출석 및 법안 발의 중심인 국회의원 평가 기준에 막말이나 혐오 표현에 대한 모니터링도 추가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혐오를 유발하는 발언을 몇 번 이상 하면 자동으로 (공천에서) 아웃시키는 제도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보다 근본적인 정치틀 개편도 필요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극단의 대결을 초래하는)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국회가 변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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