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석 달여 앞두고 전국을 돌며 세몰이 중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보수 강세지역인 강원도를 찾아 힘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지역 현안사업의 차질없는 진행을 약속하며 표밭 다지기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5선 이상민 의원을 끌어안으며 당의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이는 동시에 총선용 외부 인재 수혈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강원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누구에게나 어떤 장소를 생각하면 기분 좋아지고 마음 편해지는 장소가 있는데 내게는 강원도가 바로 그런 곳”이라며 “국민의힘은 강원도의 힘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명에 빗대 표현한 ‘강원도의 힘’을 두고 “마치 오래된 영화 제목 같지만 정말 그렇게 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의 약속은 약속일뿐이지만 우리가 강원도에 드리는 약속은 곧 실천”이라며 ‘힘 있는 여당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 현안인 “춘천 바이오 전략산업 육성, 원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강릉의 천연물 바이오산업 육성, 서울-속초 간 동서고속철도, 영월-삼척 간 동서고속도로, 양양 오색케이블카사업 등을 속도 내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위원장은 강원도와 자신의 지연도 강조하면서 강원 민심을 향한 적극적인 구애도 펼쳤다. 한 위원장의 부친인 고(故) 한명수 전 AMK 대표와 모친 허수옥씨 모두 강원 출신으로, 춘천고와 춘천여고를 졸업했다. 한 위원장의 등록기준지(옛 본적) 역시 부모님 고향을 따라 강원도 춘천이다. 또 한 위원장은 강릉 소재의 제18전투비행단에서 3년간 공군 법무관으로 군 생활을 한 인연도 있다. 그는 “강원도 모든 의석을 우리의 붉은 색으로 채우자”며 현재 8석 중 6석을 차지하고 있는 강원도 지역구 의석을 모두 석권하겠다는 총선 압승 의지도 다졌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 출신의 5선 이상민 의원과도 손잡으며 외연 확장과 동시에 ‘스윙보터’인 대전·충청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의원에 대한 입당 환영식을 진행했다. 한 위원장은 직접 이 의원의 휠체어를 밀고 회의장에 들어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상징인 붉은 색 넥타이를 맨 이 의원은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온다는 다부진 생각으로 입당하게 됐다”며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꼭 원내1당이 돼서 지금보다 나은 조건에서 윤석열 정부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민주당을 겨냥해 “여소야대가 되니 국정이 너무 출렁이고 민주당의 발목잡기가 일상화되지 않았나”라며 “민주당이 그냥 방패 정당, 이재명 사설 정당으로 방패 역할만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한 위원장은 “권력에 맞서는 것은 어렵고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자기 진영의 지지자들에게 맞서는 것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며 “이 의원의 고뇌와 용기를 존경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말을 인용하며 “이 의원의 용기와 경륜으로 우리는 ‘개딸’(강성 지지층) 전체주의가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됐다”고 이 의원을 치켜세웠다.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한 위원장은 총선에 나설 외부 인재 수혈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과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인 박상수 변호사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이들은 한 위원장이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직한 뒤 처음 이뤄진 영입 인사다. 정 전 회장은 교총 역사상 두 번째 평교사 출신 회장이자 첫 초등교사 출신 회장이다. 박 변호사는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하는 변호사-시민 필리버스터에 연사로 나서기도 했다. 이들과 함께 현 정부의 전직 장·차관 4명도 총선 출마 인재로 영입됐다.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각각 자신의 고향인 경기 수원병과 충남 천안을 출마를 준비 중이다.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2차관과 이기순 전 여성가족부 차관도 영입 명단에 올렸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의결했다. 정 위원장은 과거 판사 시절 피해자를 흉기로 협박하고 비닐테이프로 묶으려 한 혐의(특수강간치상)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해당 판례는 지금까지도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이중잣대의 대표 사례로 회자된다”며 정 위원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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